[스페셜올림픽] 후원 절실한 선수들 "유니폼이요? 직접 산 거예요"
(아부다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9 아부다비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발달장애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글로벌 스포츠 기업 N사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디자인은 축구대표팀 유니폼과 똑같다. 상의는 붉은색, 하의는 검은색, 양말은 빨간색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축구대표팀은 N사의 공식 후원을 받고 있지만, 여자 발달장애 축구대표팀은 후원을 받지 못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에서 선수들의 몸에 맞는 N사의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직접 구매해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축구화는 제 각기다. 모두 선수들이 자비로 구매한 것이다. 훈련을 많이 하고 교체할 타이밍을 놓친 나머지 낡은 축구화를 신고 경기에 뛴 선수들도 있었다.
타 종목 대표팀도 상황은 비슷하다. 골프대표팀이 V사로부터 골프공을 후원받은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후원사를 잡지 못했다.
그나마 일본계 의류 기업인 U사가 한국선수단 생활복을 지원하고, 한국계 의류 기업 C사가 선수단 단복을 제공한 게 전부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관계자는 "발달장애 대표팀이 비장애 대표팀처럼 후원을 받는 건 쉽지 않다"라며 "발달장애 선수들이 뛰는 스페셜올림픽 대회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기업도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한국선수단은 '직접 산' 유니폼을 입고 값진 땀방울을 흘리며 선전하고 있다.
유니폼 등 장비를 지원받지 못한 여자 발달장애 축구대표팀도 소중한 은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발달장애 축구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자예드스포츠시티에서 열린 필리핀과 결승에서 1-4로 아쉽게 패했다.
비록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대표팀 공격수 박현미는 "필리핀 선수들의 기량이 우리보다 나았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라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여자대표팀 자격으로 출전한 의령꽃미녀FC는 2012년 창단한 국내 최초의 여성 발달장애인 축구단이다.
경상남도 의령군 지정면 소재 여성지적장애인보호시설인 의령 사랑의 집에서 생활하는 여성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됐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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