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껍질처럼 벗겨지는 65억㎞ 밖 '울티마 툴레' 비밀
뉴허라이즌스 내년 늦여름까지 자료전송 계속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약 65억㎞ 떨어진 카이퍼 벨트의 천체 '울티마 툴레(Ultima Thule·2014 MU69)'의 비밀이 심(深)우주 탐사선 '뉴허라이즌스'의 관측 자료를 통해 양파 껍질 벗겨지듯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월 1일 새해 벽두에 울티마 툴레에 3천540㎞ 접근한 뉴허라이즌스는 현재 시속 5만3천㎞로 카이퍼 벨트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있지만 울티마 툴레 관측 기록은 내년 늦여름까지 계속 전송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태양계 형성에 관한 더 많은 내용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9일 스페이스닷컴 등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미국항공우주국(NASA) 뉴허라이즌스 운영팀은 전날 텍사스주 우드랜즈에서 열린 제50차 달·행성 과학회의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전송된 자료를 토대로 밝혀낸 울티마 툴레에 관한 연구결과를 종합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울티마 툴레는 총 길이가 약 35㎞로 팬케이크처럼 넓적한 큰 천체 '울티마'와 공 모양의 작은 천체 '툴레'가 서로 태곳적 원형을 간직한 채 맞붙어 생성된 접촉성 천체로 확인됐다.
처음에는 눈사람 형태로 알려졌다가 나중에 전송된 자료를 통해 울티마가 공 모양이 아닌 넓적해 기괴한 형태로 확인되면서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뉴허라이즌스 운영팀 책임자인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 앨런 스턴 박사는 "이런 형태의 천체는 태양계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것"이라면서 "이는 행성을 만드는 블록인 미(微)행성의 형성에 대한 이해를 원점으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양계 형성 초기의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울티마와 툴레는 카이퍼 벨트의 다른 천체들처럼 서로를 돌다가 초속 약 3m로 매우 느리게 붙으며 "부드럽게" 합체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울티마와 툴레가 잇닿아 있는 '목' 부분에서는 강한 충돌로 왜곡된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뉴허라이즌스 운영팀 과학자인 워싱턴대학의 행성과학자 윌리엄 매키넌 교수는 "이런 분석은 태양계 형성에 관한 일반적인 이론과 맞아 떨어진다"면서 "울티마, 툴레의 궤도 운동량 중 상당 부분은 이처럼 합체되면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울티마는 구슬아이스크림처럼 수많은 작은 물체들이 뭉쳐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이를 연구한 NASA 에임스연구센터의 제프 무어 박사는 "어떤 측면에서 울티마는 프랑켄슈타인처럼 상당히 단순한 지질구조를 갖고있다"고 했다.
그러나 툴레의 경우 표면에 약 8㎞에 달하는 함몰지역을 갖고있는 등 다소 복잡한 편이다.
연구팀은 이를 메릴랜드 크레이터라고 명명했는데, 이는 운석 충돌구처럼 보이지만 지하 틈으로 표면의 물질이 스며들거나 이를 덮고 있던 얼음이 기체가 되면서 생겼을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울티마 툴레는 또 카이퍼 벨트의 다른 천체와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고 있으며, 지난 2015년 뉴허라이즌스가 중력도움 비행을 하면서 관측한 명왕성보다 더 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울티마 툴레 표면에서는 메탄올과 물로 된 얼음, 유기분자의 증거도 관측된 것으로 발표됐다.
SwRI 소속 연구원 실비아 프로토파파는 "울티마 툴레의 스펙트럼 결과는 태양계 외곽에서 본 다른 극단적인 천체와 유사하다"면서 "뉴허라이즌스 관측 자료는 이런 천체 중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믿기 힘든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스턴 박사는 "울티마 툴레(관측 결과)는 놀라움을 넘어선다"면서 "우리에게 다양한 미스터리를 던져줬으며, 솔직히 개인적으는 그램단위로 봤을 때는 명왕성을 압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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