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선박 미세먼지 줄일 육상전기설비 설치…효용성 우려
연료값보다 전기료가 몇배 비싸…선박들 외면하면 효과 없어
항만공사, 전기료 실태 시범 분석해 요금 감면 등 대책 모색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항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책의 하나로 올해 부산신항에 시범 설치하는 육상전기공급설비(AMP) 효용성을 두고 벌써 우려가 나온다.
많은 돈을 들여 설치하지만, 비싼 전기요금 탓에 선사들이 이용을 기피해 제구실을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8일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신항 3부두와 4부두의 선석 4곳에 8개의 고압 AMP를 시범 설치하는 공사를 다음 달 착공해 내년 3월 준공할 예정이다.
전체 설치비는 97억원으로, 선석당 25억원 정도 든다.
AMP는 부두에 접안한 선박이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동안 엔진을 끄고 육상에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하는 설비다.
부두 운영사들에 따르면 신항을 이용하는 8천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대형선들이 1천940∼3천150여개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데는 20∼24시간 정도 걸린다.
선박들은 이 시간 동안 배에 실린 냉동 컨테이너 온도 유지를 위해 엔진을 계속 돌려 전기를 생산하면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을 대량으로 배출한다.
엔진을 끄고 육상전기를 공급받으면 그만큼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항만의 경우 2014년 10월부터 총 접안시간 70% 이상 육상전기나 대체기술을 사용하도록 강제해 대기오염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AMP가 선박의 대기오염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부산항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숙제가 적지 않다.
먼저, 예상되는 AMP 전기요금이 기름값보다 훨씬 비싸 선사들이 이용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해수부가 1만3천TEU급 선박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해당 선박이 한번 접안해 하역을 마칠 때까지 AMP를 사용하면 대략 1천만원의 전기요금이 발생한다.
현재 선박들이 사용하는 고유황유(황 함유량 3.5%)를 사용하면 200만원, 가격이 배가량 비싼 저유황유(황 함유량 0.5% 이하)를 써도 400만원 정도가 든다.
순간 최대 사용량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기본료까지 고려하면 전기요금이 고유황유보다 최대 9배 가까이 든다는 분석도 있다.
기본료는 순간 최대 사용량을 기준으로 책정하며, 부산신항 전체 전기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이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대형선박들이 AMP를 통해 엄청난 전기를 한꺼번에 사용하면 순간 최대치가 급격히 높아져 그만큼 기본료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 터미널 운영사 관계자는 "비용 절감에 목을 매는 선사들이 강제 규정도 아닌 상황에서 기름보다 몇 배나 비싼 AMP를 굳이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MP 사용으로 부산신항 전체 전기요금이 늘어나면, 아직 설치하지 않은 부두 운영사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문제도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AMP 용 전기 공급망을 별도로 구축해 신항 전체 전기요금이 급격히 오르지 않도록 하고, AMP 전기요금을 저유황유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한전의 기본공급약관에 따르면 AMP용 전기 공급망을 별도로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AMP용 전기에 대해 기본요금을 없애고 실제 사용량에 따른 요금만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 역시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를 바꾸는 문제와 직결된 데다 다른 산업계와 형평성 문제가 있다.
게다가 현재 부산신항을 이용하는 대형선 대부분이 외국적 선박이어서 국민 세금으로 외국 선사를 도와주는 꼴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항만공사는 AMP 설치 후 실제 전기요금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개 정도 선사와 협약을 맺고 해당 선사 선박들이 부산항에 기항해 육상전기를 사용하는 데 따른 비용을 분석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해수부를 통해 전기요금 조정을 정부에 건의하고, 항비를 감면해 주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AMP 사용을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항만공사 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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