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강력범죄 저지르고 해외 도주…검거 사각지대 어쩌나
인터폴 적색수배ㆍ범죄인 인도는 강제력 없어 수사진척 한계
경찰 "중국, 수사 공조요청에 협조 기대…소재 파악 급선무"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수감 중) 씨의 부모를 살해하고 도주한 중국 동포 출신 공범 3명이 범행 직후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 칭다오로 달아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강력범죄후 해외도주'유형의 사건대처에 '경고등'이 켜졌다.
경찰은 인터폴(ICPO·국제형사경찰기구)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검찰이 법무부를 통해 중국 당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건의하도록 할 방침이라는 대책을 19일 밝혔다.
하지만 공범들은 중국이라는 드넓은 대륙으로 넘어가 종적을 감춘 상태여서 경찰입장에선 '모래밭에서 바늘찾기' 보다 더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경찰이 '사후약방문' 격으로 제시한 적색수배란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범죄 피의자에게 내리는 최고 수준의 국제 수배이기는 하다. 190여 개 인터폴 회원국 어디서든 신병이 확보되면 수배한 국가로 강제 압송된다.
한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은 중국이 인도 결정을 내리면 실질적인 송환 절차가 시작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경찰에 비빌 언덕이 있는 듯 보이지만, 아쉽게도 인터폴 적색수배와 범죄인 인도는 강제력이 없다.
그야말로 당국에 수사 협조를 구하는 수준이 이어서 국내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자국이나 기타 다른 해외지역으로 도주하면 사실상 '검거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에서 죄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한 경우 당사자의 여권이나 비자를 무효 조치해 불법 체류자를 만들면 된다. 그러나 이번 살인사건의 공범들인 중국 동포처럼 엄연한 외국인 신분인 경우 그들의 여권이나 비자 무효화 조치를 할 수 없는 등 제약이 따른다.
범죄인 인도 절차도 까다롭다.
우리나라로부터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국가는 당사자에 대한 강제 출국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을 연다.
이런 경우 길게는 수년간 송환 절차가 지체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과 별개로 사법당국이 자국민을 강제 출국하는 결정을 내릴지 미지수다.
한 예로 경찰은 지난해 4월 화성시 정화조에서 백골 시신이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국내 한 공장에 근무한 필리핀 국적 남성 A(37)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그가 2016년 5월 필리핀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해 그를 인터폴에 적색수배하고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다.
필리핀 사법당국은 A 씨에 대한 강제 출국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을 진행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를 석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만 놓고보면 이번 사건의 공범 검거가 암울해 보이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은 있다.
범죄인 인도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해외 사법당국에 수사 기록을 넘겨주고 협조를 구하는 우회로가 있다. 이 역시 쉽지는 않으나 범인을 검거하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당국이 검토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과거 법무부는 여주의 농장주를 목 졸라 숨지게 하고 암매장하고서 돈을 인출한 뒤 자국으로 도주한 2명에 대해 당국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으나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대신 현지 검찰이 한국 측이 제공한 증거를 토대로 수사해 2016년 11월 이들을 기소했고 살인 및 강도 혐의로 징역 19년이 확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사례를 살펴보면 중국은 우리나라의 수사 공조요청에 대한 협조적이었다"면서도 "공범 피의자들이 도주한 중국 땅덩어리가 워낙 넓기 때문에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들 공범은 주범 김모(34) 씨와 지난달 25일 경기도 안양시 소재 이 씨 부모의 자택에서 두 사람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 씨 아버지(62) 시신을 냉장고에, 어머니(58) 시신을 장롱에 각각 유기했다.
'이 씨 아버지와의 채무 관계'를 범행 동기로 밝힌 김 씨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경호 목적으로 아르바이트 채용하듯 공범 3명을 고용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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