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모금 1위 오루어크, '사이비 진보' 비난 역풍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베토 오루어크(46) 전 하원의원(텍사스)이 초반 후원금 모금에서 선두를 기록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나 당내 좌파로부터 '사이비 진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8일 보도했다.
오루어크의 신상에 관한 자신의 발언과 거액의 가문 재산, 석유가스업체로부터의 후원금 수수, 여기에 백인 남성 후보라는 점까지 더해져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40대 기수로서 부정적인 측면들이 반대파들로부터 지적되고 있다고 더힐은 전했다.
오루어크가 특히 대선 출마 선언 전 문화패션잡지 배너티 페어와 가진 인터뷰 내용이 민주당 좌파진영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오루어크는 인터뷰에서 '자신은 타고 난 대선후보'라고 발언했다 '백인 특권'에 눈이 먼 정치인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또 성차별과 남성 우월주의자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또 자신의 부인이 종종 자신의 도움을 받아 세 자녀를 키운다고 발언했다 여성의 가사 노력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의 한 선거 전략가는 후원금 모금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당내에 만만치 않은 적대세력의 존재가 드러난 점에서 "모금실적을 예외로 한다면 대선후보로는 최악의 출발"이라고 혹평했다. 모금 1위라는 좋은 소식이 당내 비판에 가려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오루어크에 대한 당내 좌파의 비난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당내 진보파 기수로 공화당의 거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맞서 선전한 사실에 비춰볼 때 의외의 상황이다.
텍사스 지역에서, 그리고 진보진영이 혐오하는 크루즈를 상대로 선전한 점이 진보 기수로 주목을 모았으나 일단 대선 경선이라는 중앙무대로 진출하면서 상대적으로 그의 위상이 약화했다는 평가이다.
진보진영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카말라 해리스(캘리포니아) 등 나름대로 전국적 지지기반을 가진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40대 백인 남성 후보라는 점도 최근 소수민족과 여성층 지지를 모색하고 있는 민주당 상황에선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미투'(Me Too) 와중에서 어떻게 오루어크가 민주당을 대변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는 한마디로 남성 중심 문화의 독재"라고 일축했다
또 백인 남성이지만 대선 무대의 신인이라는 점에서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같은 대선 경선 경험이 있는 노련한 기성 정치인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오루어크는 자신이 내세워온 진보성향에 대한 당내의 의심이 만만치 않은 만큼 앞으로의 경선 과정에서 이를 불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샌더스를 비롯한 중앙무대 정치인들이 이미 상당 부분 검증을 거친 데 비해 오루어크의 경우 아직 의문점이 많은 만큼 앞으로 진보 후보로서 그의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이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 에디 베일은 "지금까지 (오루어크의) 진보성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면서 문제는 앞으로의 행보이며 향후 발언과 보좌진 구성, 정책적 역량, 주요 현안에 대한 대응 등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루어크가 "자신이 '이 특별한 순간의 후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하나 아직 그러한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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