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뒤로 하고 코트 떠난 임영희…감독도 후배들도 눈물
우리은행 챔프전 진출 좌절에 때 이른 고별전
(아산=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여자프로농구 '살아있는 전설' 임영희의 고별전이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이번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임영희는 18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아산 우리은행이 용인 삼성생명에 패하면서 일찍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32분 29초 활약에 10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이 '선수 임영희'의 마지막 공식경기 기록이 됐다.
1999년 프로로 데뷔한 임영희는 사상 첫 정규리그 600경기 출전에 5천242점, 리바운드 1천787개, 어시스트 1천435개의 기록을 남기고 코트를 떠나게 됐다.
우리은행에서 지난해까지 통합 6연패를 이끌고 대표팀에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하며 누구보다 영광스러운 선수 생활을 한 임영희지만 마지막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우리은행이 7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날 임영희도 홈 관중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우리은행 왕조' 한 시대의 마감을 함께 맞았다.
통합 7연패에 실패한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도, 2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복귀한 삼성생명의 임근배 감독과 선수들도 경기 후 임영희의 마지막을 한목소리로 기렸다.
경기 전부터 임영희를 향한 애틋함을 표현했던 위 감독은 경기 후 담담하게 패배 소회를 전하다 임영희 얘기가 나오자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언젠가 찾아올 '왕조의 몰락'에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던 위 감독이 가장 신경 썼던 것도 애제자에게 어떤 마무리가 최선일지 하는 것이었다.
위 감독은 "감독 생활하면서 임영희라는 선수를 만나 정말 즐거웠다"며 임영희를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거듭 표현했다.
승리의 기쁨에 미소짓던 삼성생명 박하나도 임영희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보였다.
박하나는 "신세계 처음 갔을 때 영희 언니랑 처음 룸메이트였다"며 "상대 팀 선수로는 가장 힘든 선수지만 신세계에서나 대표팀에서 언니를 보면서 배운 것이 많다"고 말했다.
신세계 시절 '영희 언니'가 만들어준 김치 수제비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긴 임영희는 "언니에게 고생 많이 했고 새로운 출발을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대표팀 후배인 삼성생명 김한별도 챔프전 진출에 설렘을 느끼면서도 "임영희의 마지막 경기라 슬프기도 하다"고 했다.
김한별은 "임영희는 우리은행과 여자프로농구, 대표팀에서 정말 많은 역할을 했다"며 "임영희가 이룬 일들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임근배 감독은 임영희를 '대단한 선수'라고 치켜세운 후 "마흔까지 톱 플레이어로 남아있는 게 쉽지 않다. 아직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몸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영희의 퇴장을 아쉬워했다.
임영희는 다음 시즌부터 우리은행의 코치로서 제2의 농구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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