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제재 탓 이웃국가와 가스관 연결 차질"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탓에 이란의 천연가스를 이웃 국가로 수출하는 가스관 건설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말했다.
잔가네 장관은 "외국 회사들이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가스관 건설 사업에 입찰하려 하지 않는다"며 "파키스탄, 이라크, 걸프 지역 국가(오만)와 연결하려는 가스관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만 회사도 입찰가가 높지 않았는데도 해저 가스관 사업에 참여하는 곳이 없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만은 2015년 7월 성사된 이란 핵협상 과정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계 역할을 했다. 다른 걸프 지역 왕정과 달리 이란과 적대적인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중립국'이다.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2위인 이란은 파키스탄, 시리아, 레바논, 오만 등에 천연가스를 파이프를 통해 육로로 수출하려고 한다.
파키스탄과 연결하는 '평화 가스관 사업'과 관련, 잔가네 장관은 "우리는 할 일을 했지만 그들(파키스탄)은 합법적인 사업임에도 정치적 이유와 미국,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의 압박을 이유로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정난에 처한 파키스탄은 사우디, UAE에서 수십억∼수백억 달러 규모의 차관과 투자를 유치했다.
평화 가스관은 이란 남동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에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LNG)를 파키스탄 중동부 펀자브주까지 육상으로 수송하는 대규모 에너지 협력 사업이다.
투자 금액이 70억 달러, 가스관의 길이는 2천780㎞에 달한다.
두 정부는 1995년 기본 계약을 맺고 각자 자신의 영토 내에서 가스관을 건설해 국경에서 잇기로 합의했다. 1999년에는 인도도 이에 참여하면서 이란, 파키스탄, 인도 3개국으로 사업 규모가 커졌다.
순조롭게 추진되던 이 사업은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은 인도가 2009년 빠지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그런데도 이란은 계약대로 2011년 파키스탄 국경까지 가스관을 완공했다.
미국은 2010년 파키스탄에 이 사업을 중단하면 타지키스탄에서 LNG와 전기를 수입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2012년에도 사우디가 이란과 가스관 사업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파키스탄에 에너지 원조를 약속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서아시아의 '대국'이자 지정학적으로 중요하지만 에너지가 부족한 파키스탄이 이란에 에너지를 의존하게 되면 미국과 사우디로선 이란을 견제할 수 있는 '인접 기지'를 잃게 될 수 있다고 보고 이 사업을 좌초시키려 했다.
이를 막으려고 이란은 파키스탄과 부지런히 접촉했다. 파키스탄 측도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으나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결국 파키스탄은 2014년 초 이란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이유로 이 사업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완공 목표는 2014년 말이었다.
미국이 한국, 중국, 일본 등 8개국에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도록 5월 초까지 제재를 유예한 데 대해 잔가네 장관은 "미국이 제재 유예를 갱신할지 알 수 없다"며 "그들의 말은 조변석개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 뿐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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