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운동.임정 百주년](52) 中창사 임정기념관 2년 넘게 휴관

입력 2019-03-22 06:00
수정 2019-03-22 07:36
[3ㆍ1운동.임정 百주년](52) 中창사 임정기념관 2년 넘게 휴관

주변 재개발로 '임정 활동 구지' 현판 떼어낸 채 휴관 장기화



(창사=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후난성 창사(長沙)에 위치한 임시정부 기념관이 주변 재개발 속에 현판이 떼어진 채 임시휴관을 이어가고 있다.

임시정부는 1919년 상하이(上海)에 처음 자리 잡은 후 일제의 압박과 정세 변화 속에 중국 내 여러 곳을 옮겨 다녔는데, 창사에서는 중일전쟁 이후인 1937년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명맥을 이어갔다.

당시 임시정부 청사의 정확한 위치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청천 등이 조선혁명당 본부로 사용한 곳에 기념관을 만들고 '대한민국임시정부 활동 구지(舊址)'라는 이름으로 보존하고 있다.



지난 3일 찾아간 임시정부청사 기념관 주변은 서울 인사동이나 전주 한옥마을 같은 역사·문화·상업 등이 결합한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는 애초 2017년 1월부터 약 1년 6개월 정도 예정돼 있었는데, 현지 사정으로 진행이 늦어지고 있었다.



공사판 골목 전봇대 위에 기념관 방향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임시로 붙어있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한 뒤 주민들에게 물어 찾아간 임시정부 기념관은 아담한 가옥 한 채였는데, 출입문이 닫혀진 상태였다.

독립기념관 국외독립운동사적지 홈페이지에 올라와있는 과거 사진을 보면 입구 왼쪽에는 원래 '대한민국 임시정부(창사) 활동 구지'라고 세로로 쓴 현판이 걸려 있어 이 곳이 임시정부 청사 기념관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해당 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 오른쪽에 '김구 활동 구지'라고 적힌 안내판은 그대로였는데, "김구가 창사에서 항일과 국가독립운동을 했다. 이곳은 그 중요한 활동지 중 하나였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이는 본문을 모두 읽어봐야 알 수 있고 임시정부 청사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은 아닌 만큼, 사라진 현판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다.



굳게 닫힌 출입문 손잡이에는 '대외 개방·응접 일시 중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수차례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기념관 안에 직원이 한 명 있어 문을 열어주면 볼 수 있지만, 지금은 없는 것 같다"면서 "내일 오면 볼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념관 옆 건물 2층에 올라가 바깥에서나마 기념관 내부를 볼 수 있었다.

기념관 2층은 모두 문이 닫혀있었다. 1층에는 백범기념사업회가 증정한 김구 선생 흉상이 보였는데, 그 옆에는 우산이 펼쳐져 있기도 했다.

창사 지역을 담당하는 우한(武漢) 총영사관 관계자는 입구 현판이 사라진 데 대해 "중국 측에서 떼어내 기념관 내부 창고에 세워놓은 것으로 안다"면서 "주변이 공사 중이고 휴관상태인데 걸어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입구 오른쪽 '김구 활동 구지' 표지판은 건물에 부착돼 뗄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장에서 만난 공사 관계자는 "문화의 거리 조성 사업 일환으로 임시정부 기념관 주변은 한국의 공예품, 의상 등을 파는 상점과 호텔, 음식점 등을 유치할 계획"이라면서 "한국을 주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한 총영사관 관계자는 "중국 지방정부 측은 기념관 주변 보존·발전에 관한 한국 측의 입장을 듣기만 했을 뿐 발전 계획 등에 대해 정확히 얘기하지는 않았다"면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없다"고 했다.

지분이나 개발주체가 구역마다 달라 전체적인 발전 계획을 설명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 보인다는 것이 이 관계자 설명이다.

그는 "한국으로서는 사적지로 중요한 곳이고 한국인들의 문화역사 관광코스가 될 수 있는 만큼, 잘 보존해줄 것을 중국 측에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독립기념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청사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만큼 "일대를 임시정부 활동지역으로 정해서 도로 입구에 표지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고 적혀있지만 아직 표지판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총영사관측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다음 달 9일 기념관에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사관 관계자는 "다음달 9일 기념관에서 행사를 열고 만세 3창 등을 할 예정"이라면서 "어려운 과정을 거쳐 중국 측의 협조를 얻었고, 20명 입장 제한 조건으로 일시적으로 개방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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