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질랜드 총격 테러 장면 내보낸 방송매체 조사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호주 정부가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사건 장면을 내보낸 방송 매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호주 방송통신미디어청(ACMA)은 총격 테러 사건 장면을 아무런 여과 없이 처리한 이들 매체가 방송 관련 법 규정을 위반했는지 정밀 조사하기로 했다.
일부 호주 방송 매체들은 호주 남성 브렌턴 태런트(28)의 잔학한 테러 장면이 담긴 17분짜리 페이스북 실시간 영상 가운데 일부를 클립이나 이미지 등 형태로 방영했다.
ACMA는 "상업 방송을 비롯해 국영방송과 유료 텔레비전방송이 내보낸 총격 테러 장면이 과연 적절했던 것인지 대해 공식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고 AFP 통신이 18일 전했다.
네리다 올로린 ACMA 청장은 "총격 테러 방송의 성격과 규모, 시기에 대한 정보를 즉각 제출하도록 각 매체 최고경영자(CEO)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행 관련 규정이 총격 테러 등을 담은 콘텐츠로부터 대중을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과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ACMA는 조사 범위를 온라인까지는 확대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호주언론위원회(APC)와 협력해 방송 매체가 자체 온라인을 통해 총격 테러 장면 이미지를 송출한 행위가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ACMA는 말했다.
ACMA는 관련 규정을 위반한 매체에 대해서는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지난 15일 비극적인 총기 테러 사건이 발생한 이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폭력적인 테러 현장 장면이나 범인의 발언 등을 유포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급속도로 확산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따라 범인 태런트의 비디오를 신속히 삭제하고 동시에 만 24시간 만에 전 세계적으로 유포된 150만 건의 비디오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련 동영상은 광범하게 확산했다.
전문가들은 총격 테러 사건 발생 직후 불과 수 시간 만에 전 세계로 유포됐다고 말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연방정부 총리는 "매체들이 이런 끔찍한 장면을 곧바로 삭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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