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민주 잠룡 오루어크 음주운전 전력 조롱하려다 '역풍'
아일랜드계 고정관념 이용해 희화화 트윗…당내서도 "바보 같은 짓" 반발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미국 공화당이 상대편인 민주당 대선 주자를 희화화하는 트윗을 올렸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당 후보의 음주운전 전력을 부각하는 동시에 특정 민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이용한 유머를 구사했다가 민주당은 물론 같은 당 안에서도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이날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베토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에게 레프러콘(아일랜드 민화에 나오는 남자 요정)의 모자를 씌우고 아래에 "책임감 있게 술을 마십시다"란 문구를 넣은 합성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윗은 이 사진을 "유명한 아일랜드인이 전하는 특별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이 사진은 아일랜드계인 오루어크 전 의원이 1998년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을 때 찍힌 것으로, 이런 전력을 이용해 그를 희화화한 것이다.
또 미국에서 아일랜드계는 럼주를 퍼마시고 난장판을 만든다는 정형화된 편견이 있는데 이런 문화적 맥락과 개인사를 교차시켜 조롱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트윗이 올라온 날은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패트릭 성인을 기념하는 '성 패트릭 데이'였다.
하지만 이 트윗을 놓고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자유주의 성향의 공화당 하원의원인 저스틴 어마슈(미시간)는 "더 잘해라, 공화당"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의 수석 보좌관인 더그 스태퍼드는 더 신랄했다. 그는 "정치적 이득을 위해 어떤 인종이나 민족을 정형화하고 희화화하는 것이 재미있거나 똑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바보 같은 짓"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미국학 명예교수는 19세기의 신문을 보면 아일랜드인들은 럼주를 좋아하고 말썽을 피우는 사람들로 묘사돼 있다며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아일랜드인의 전형을 이용해 오루어크 전 의원의 카리스마를 무력화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루어크 전 의원 본인도 이날 밀워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권자들은 큰 그림과 우리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지, 인신공격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고 반격했다.
그는 밀워키의 유세장에서 공직 출마를 희망하는 여성 민주당원들과도 만나 "완벽한 후보나 완벽한 조건, 완벽한 시간은 없다"며 "(과거의) 실수나 완벽한 후보의 요건에 맞지 않는 뭔가가 여러분의 출마를 가로막도록 하지 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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