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법원, '反아랍·선동' 극우 후보 총선 출마 제동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이스라엘 대법원이 17일 극우 정치인 마이클 벤 아리의 4월 총선 출마에 제동을 걸었다고 AP와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딧'(유대권력)의 지도자인 벤 아리의 반아랍 이념과 선동을 문제 삼아 8대1의 의견으로 후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다만 오차마 예후딧의 또다른 지도자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의 후보 자격에 대해서는 적격 판정을 내렸다. 오츠마 예후딧은 지난달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리투드당과 선거를 대비해 연대한 바 있다.
벤 아리에 대한 출마 금지 결정은 지난달 이스라엘 선관위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지만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은 것이며 네타냐후 총리의 우파 결집 움직임을 뒤흔들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벤 아리는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법원을 "사법적 군사정권"이라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이길 것이고 이번이 끝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우파 연정에 참여하는 유대인 가정당 소속의 아옐레트 샤케드 법무장관도 "이스라엘 민주주의 핵심에 대한 노골적이며 왜곡된 간섭"이라고 힐난했다.
오츠마 예후딧은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강경 반아랍주의 랍비인 메이르 카하네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카하네는 이스라엘로 건너가 극우 정당 카흐를 세웠지만 정당 활동이 금지되고 미국으로부터는 테러 단체로 지목되는 등 철퇴를 맞았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폭력 대응과 이스라엘과 점령지에서의 아랍계 주민 추방, 유대인과 아랍계 주민 간 결혼 및 성관계 금지 등이 오츠마 예후딧이 주장하는 요구 사항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들과 손을 잡은 것은 그의 장기집권을 저지하려는 야권연대의 도전과 개인 비리에 대한 사법당국의 추궁으로 곤경에 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고 있던 미국 내 최대 유대 로비단체인 미-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마저도 비난할 정도로 이들의 연대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공영방송 칸이 이날 공개한 최신 여론조사에 의하면 리쿠드당은 야권 연대인 '청백 연합'에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총 120석 가운데 리쿠드당과 청백연합의 예상 의석은 각각 31석과 30석으로 예상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리쿠드당과 군소정당의 의석을 합쳐 모두 61석을 차지해야 한다. 4월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는 5선 가도를 달리면서 이스라엘 사상 최장수 총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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