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지갑 닫은 중국인들, 영화도 덜 본다

입력 2019-03-18 10:29
무역전쟁에 지갑 닫은 중국인들, 영화도 덜 본다

1~3월 관람객 작년동기 대비 17% 감소…6년 만에 역성장 가능성

자동차서 시작된 소비 위축 현상, 문화·IT 등 전방위로 확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최근 찾아간 중국 항저우(杭州)시의 유명 쇼핑몰 케리센터에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

'SF 애국주의'를 앞세워 인기몰이하는 유랑지구(流浪地球·The Wandering Earth)가 상영 중인 관람관에는 100여석의 자리 중 20여 자리에만 관객이 차 있었다.

미중 무역 전쟁의 충격파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중국인들이 영화 관람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10일까지 중국 내 영화 관람 연인원은 4억50만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6% 감소했다.

영화 관람 인원 감소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중소 도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급속한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온라인영상서비스(OTT) 발달 등이 영화 관람객 감소 현상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박스 오피스 시장은 2014년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성장했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6년 만에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중국인들은 영화 관람을 비롯해 당장 급하지 않은 소비를 줄여나가는 추세가 뚜렷하다.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전례 없는 대외 위기 속에서 급속히 경기가 둔화함에 따라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통계국의 최근 발표를 보면, 중국의 1∼2월 소매판매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월간 소매판매 증가율은 작년 11월 15년 만에 최저치인 8.1%를 기록하고 나서 뚜렷한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 위축으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은 자동차 시장이다. 중국의 자동차 시장은 작년 20여년 만에 역성장한 데 이어 올해 1∼2월 판매액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했다.

1∼2월 의류(1.8%), 가전제품(3.3%), 담배·술(4.6%) 판매액은 역성장하진 않았지만, 평균 증가율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아울러 자동차에서 시작된 소비 침체 분위기는 최근 들어 휴대전화, 반도체, 산업용 로봇, 원단 등 주요 상품 영역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6.6%로 1990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자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작년의 '6.5%가량'에서 '6.0∼6.5%'로 낮춘 한편 2조1천500억 위안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 위안 규모의 감세를 통해 식어가는 경제 성장 엔진을 살려보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중국은 또 경제성장률 기여도가 높은 국내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올해 자동차와 가전 제품에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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