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파리에 마크롱 여행 취소했지만…佛 '노란조끼' 고심

입력 2019-03-18 10:26
수정 2019-03-18 13:20
불타는 파리에 마크롱 여행 취소했지만…佛 '노란조끼' 고심

총리, 18일 대책 예고…노란조끼 측 "무정부단체가 폭력 조장"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소위 '노란 조끼' 시위가 방화와 약탈 등 심각한 폭력으로 얼룩지면서 다섯 달째 매주 토요일 이어지고 있는 시위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시위가 폭동 양상으로 악화한 데 책임을 인정하며 강경 대응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노란조끼 시위대 측은 평화 시위에 끼어든 무정부주의자들의 폭력 조장을 막지 못했다며 내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했고, 야당도 정부의 대책이 미흡했다며 질타했다.

AF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18일 오전 시위 대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이어 총리가 관련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로이터 제공]

총리실은 17일 성명을 통해 폭력 시위에 대처가 미흡했다고 인정하고는 공권력이 언제라도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치들을 대통령과 논의 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필리프 총리는 지난 16일 폭력 시위 후 "크나큰 분노를 느낀다"면서 "시위대가 아닌 약탈자와 범죄자들의 행동이었다. 어떤 대의로도 이런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스키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내려다 일정을 취소하고 파리로 복귀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6일 밤 긴급회의를 소집한 뒤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다.

샹젤리제 상인회를 포함한 사업자 단체들도 이날 시위는 도를 넘어서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당국을 향해 "현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날 파리 집회에는 약 1만명이 참가했으며 이 중 극우 또는 극좌 성향의 1천500여 명이 혼란을 조장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이날 미성년자 15명을 포함해 약 200명을 검거했다.

이날 시위는 방화와 파괴로 노란조끼 시위가 절정이었던 지난해 12월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노란조끼 시위대 측은 17일 극좌 무정부주의 단체 '블랙 블록'(Black Bloc)이 평화 집회를 악용했고, 정부가 이를 막지 못했다며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노란조끼 시민들'의 공동 창립자인 티에리-폴 발레트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부랑자도 테러범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블랙 블록 시위대는 이날 고급 식당 '르 푸케'를 비롯해 명품 핸드백 상점인 '롱샴'을 비롯해 다수의 상점과 은행, 가판대 등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노동절 집회 때는 검은 복면을 한 채 30여개 상점에 불을 내고 10여대의 차량을 불태우거나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중순 연료 가격 인상 반대로 촉발된 노란조끼 시위는 이후 각종 단체가 참여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바뀌었고, 각종 요구도 분출했다.

특히 최근 수 주간 시위 참가자가 줄면서 집회가 폭력적으로 변질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듣겠다며 지난 15일까지 '국가 대토론'을 전국에서 개최했으나 시위대의 분노를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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