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막론한 가족극의 힘 보여준 '하나뿐인 내편'

입력 2019-03-18 07:35
시대 막론한 가족극의 힘 보여준 '하나뿐인 내편'

장노년층에는 향수, 젊은 층에는 오락적 재미 선물

최수종, 세월의 흐름에 맞게 변신한 '시청률의 제왕'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송은경 기자 = 아무리 1인 가구가 늘고 트렌드에 목매는 세상이라도 온 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홈드라마 하나는 필요하다.

2010년대 '제빵왕 김탁구'(2010) 이후 두 번째로 시청률 50%(닐슨코리아)의 대기록을 쓸 뻔했던 KBS 2TV 주말극 '하나뿐인 내편'이 그것을 증명했다.



◇ 49.4% 시청률 비결…"가족애" vs "황당한 재미"

'하나뿐인 내편'은 가족극이다. 핏줄을 중심으로 직장과 사랑 등이 얽히면서 이야기 가지가 분화된다. '인생'을 담는 셈이다.

KBS 2TV 주말극은 늘 가족극이었지만 최근에는 트렌드 색채를 입힌 작품도 꽤 있었다. 시청률 45%를 넘긴 '황금빛 내 인생'은 주말극답지 않게 예측 불가한 전개로 시청률뿐만 아니라 화제성까지 장악했고, 후속작 '같이 살래요'는 유동근과 장미희의 황혼 로맨스를 내세워 시대 변화를 반영하려 힘썼다.

그러나 '하나뿐인 내편'은 흡사 1980∼1990년대 방송했어도 자연스러울 만큼 옛 감성으로 무장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젊은 시청자와 장노년층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유효했다.

스타일리시한 장르극과 로맨스극만이 살아남은 요즘, 장노년층은 향수를 느끼며 채널을 고정했다. 살인자 누명을 쓰고도 딸 김도란(유이 분)에 대한 헌신적인 부성애를 보여주는 강수일(최수종)이 가족애와 핏줄을 상기한 덕분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8일 통화에서 "가족이 해체되고 1인 가구도 늘어난 오늘날, '하나뿐인 내편'은 노년층에 가족 판타지를 제공했다"라며 "또 요즘 트렌드에서도 비껴가 있어 30∼40년 전 드라마처럼 보이고, 그 시절 드라마를 본 세대들은 익숙함을 느꼈다"라고 진단했다.

반면, 젊은 층은 고루하고 답답한 전개를 '욕하면서 보는 재미'에 빠졌다. 이 작품을 호평만 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연성 부재는 큰 스트레스 없이 '오늘은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극을 감상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박금병(정재순)의 질병인 치매가 상황 정리에 필요한 장치처럼 기계적으로 활용되는 게 대표적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사람이 재미를 느끼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감동이 아니라 황당무계함 때문에 재밌다고 느끼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꼬집었다.



어떤 이유로 시청했든, '하나뿐인 내편'은 트렌디한 드라마가 홍수를 이루고 시청자들의 콘텐츠 시청 플랫폼과 패턴이 다분화한 요즘, 가족을 다시 거실 TV 앞에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나뿐인 내편'을 총괄한 황의경 CP는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경쾌하고 희극적인 상황으로 치환하면서 부성애를 우직하고 묵직하게 전달한 김사경 작가의 강점이 잘 발휘됐다"라며 "배우들 팀워크도 아주 좋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여기서 만족하기엔 고민할 지점도 있다. 새로운 시대, 트렌드, 이슈를 담아 같이 건강하게 고민해 볼 시간이 되면 좋겠다"라며 "시청률에만 만족하지 않고 화제성과 다양성, 신선한 캐릭터에 대해 늘 고민해 KBS 주말극의 강점을 더 발전시키겠다"라고 말했다.



◇ 청춘스타, 사극, 그리고 아버지…'배우' 최수종

'하나뿐인 내편'의 성공은 배우 최수종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는 이번에 누명 쓴 아버지 강수일을 세심하게 그려내면서 앞장서서 극을 견인했다. 물론 박상원, 차화연 등 중견배우들과 유이, 이장우, 박성훈 등 젊은 피도 극을 안정되게 이끄는 데 공헌했지만, 최수종의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황 CP도 "감정을 쏟아붓는 장면이 많아서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칠 텐데 전혀 그런 내색 없이 잘해줬다"고 극찬했다.

아내 하희라와 잉꼬부부 이미지로 대중에 각인한 그는 '하나뿐인 내편' 출연 전에도 SBS TV 스타 부부 관찰 예능 '동상이몽2'에 출연하는 등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하나뿐인 내편'에서는 그 모습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끝없는 풍파에 지치면서도 그에 굴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그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시청자들은 온 마음으로 응원했다.



최수종 개인에게도 '하나뿐인 내편'은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그가 '아버지'로 변신한 후 거머쥔 성공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바르면서도 로맨틱한 청춘스타로, 2000년대에는 언제 어디서나 안정감을 주는 대표 사극 배우로 활약한 그는 2010년대 '하나뿐인 내편'을 통해 아버지로도 자리 잡으면서 평생에 걸쳐 '배우'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최수종은 이날 연합뉴스에 "역시 전 운이 좋은 사람이다. 함께 만든 작업에서 저는 일부, 한 부분이었을 뿐"이라며 "큰 사랑을 주신 시청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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