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희생자' 영정 광화문 떠나…눈물의 이안식(종합)

입력 2019-03-17 21:17
수정 2019-03-18 07:11
'세월호 희생자' 영정 광화문 떠나…눈물의 이안식(종합)

가족·시민 100여명 광장 모여 추모…서울시청에 영정 임시보관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 철거를 하루 앞둔 17일 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이 모여 '이안식'을 열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광화문광장에서 희생자 289명의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을 열었다. 이날 이안식에는 희생자 가족과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추모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광화문 분향소에는 세월호 희생자 304명 중 미수습자 9명과 희생자 6명의 영정을 제외한 289명의 영정이 놓여있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진행됐고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과 장훈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의 추모 낭독이 이어졌다.



박 소장은 "이곳(광화문광장 세월호 천막)은 촛불 항쟁의 발원지이자 중심지"라며 "304명의 영정을 빼고 분향소를 닫는 것이 끝이 아니다. 진실을 마주할 때까지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막을 철거해야 한다고 한 언론, 폭식 투쟁했던 '일베' 회원, 옆을 지나 행진하며 욕설을 퍼붓는 '태극기 부대'도 기억하겠다"며 "어둠 속에서 우리는 지켜오려고 했고 지금까지 지켰다"고 했다.

장훈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못 했는데 광화문 분향소를 정리한다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힘이 든다"면서 "하지만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공간임을 잘 알기에 이안식을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록 우리 아이들은 잠시 이곳을 떠나지만, 곧 다시 돌아온다"며 "국민들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위급한 상황에서 국가는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정을 옮기는 절차가 진행됐다. 사회자가 고인을 호명하면 희생자 가족이 나와 영정을 받았다. 영정은 천막 앞에서 검은 상자에 조심스럽게 담겼다.

사회자가 단원고 반별로 희생자 한명, 한명을 호명하자 희생자 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천막 앞에 앉은 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닦으며 이안식을 지켜봤다.

광화문 분향소에 있던 289명의 영정은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서고에 임시 보관된다.

분향소 천막 14개 동은 18일 오전 10시 철거된다. 철거가 끝나면 이곳에는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마련된다. 목조 형태인 '기억·안전 전시공간'은 현 분향소 위치(교보문고 방향)에 79.98㎡ 규모로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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