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 난사 테러범에 '맨몸 저항'…뉴질랜드 테러현장의 영웅들

입력 2019-03-17 08:39
수정 2019-03-17 11:20
소총 난사 테러범에 '맨몸 저항'…뉴질랜드 테러현장의 영웅들

네 아들의 아빠 아지즈, 테러범 맞서 단말기·빈 소총 집어던져

파키스탄 출신 라시드, 테러범 붙잡아 넘어뜨리려다 21세 아들과 함께 숨져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나는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내 목숨을 내줄 준비가 돼 있었다."

무려 5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총격 테러 현장에서 테러범과 맞섰던 압둘 아지즈(48)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참혹했던 뉴질랜드 총격 테러 현장에서는 아지즈처럼 반자동 소총을 난사하는 테러범에 맨몸으로 맞선 영웅들이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외신들이 17일 보도했다.

지난 15일 테러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28)가 크라이스트처치의 린우드 사원에서 총격을 시작했을 때 아지즈는 네 명의 아들과 함께 예배 중이었다.

소총의 소음을 들이며 뭔가 일이 터졌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는 도망가지 않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집어 들었다.

그는 단말기를 테러범에게 집어 던지며 그의 주의를 끌었다. 또 주차된 차들 사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총알을 피했다.

그러다 테러범이 버린 총을 발견했다. 방아쇠를 당겼지만 빈 총이었다.

아지즈는 마침 탄약을 가지러 차로 돌아가던 테러범을 뒤따라갔고, 차를 향해 빈 소총을 던졌다. 차 앞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났다.

아지즈는 "그 바람에 그가 겁을 먹었다"고 말했다. 테러범은 아지즈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외쳤지만 이내 차를 몰고 달아났고, 곧이어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원의 임시 이맘(종교지도자) 라테프 알라비는 아지즈가 아니었더라면 사망자가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출신의 난민인 아지즈는 소년 시절 호주로 와 25년을 살았고, 몇 년 전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아지즈는 총을 든 테러범이 두렵지 않았으며 어떤 감정도 들지 않았다면서, 알라신은 아직 자신이 죽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출신의 나임 라시드(50)는 테러범을 붙잡아 넘어뜨리려던 모습이 동영상에 포착되며 소셜미디어에서 또 다른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21살이던 아들과 함께 결국 테러범의 총탄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 그는 2010년 뉴질랜드로 이주했다.

라시드를 형제로 부르는 커쉬드 알람은 영국 BBC 방송에 "그는 용감한 사람이었다. 몇몇 목격자들이 말하길 라시드가 테러범을 막으려 하면서 몇 사람이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알람은 "하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충격적인 일"이라며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상실이기도 하다. 정말로 마치 팔다리가 잘린 듯하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을 비롯한 이슬람권 언론들은 일제히 테러범을 막아서려다 숨진 라시드를 집중조명하고 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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