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올림픽] 엘리트 출신 이보람 코치 "새로운 보람 느껴요"

입력 2019-03-17 06:35
[스페셜올림픽] 엘리트 출신 이보람 코치 "새로운 보람 느껴요"

"엘리트 체육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동, 장애인 체육에서 느껴"



(아부다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적장애 배드민턴 대표팀의 이보람(26) 코치는 불과 1년 전까지 장애인 스포츠와 큰 인연이 없었다.

그는 중,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한국체대에 진학했고, 시 대표로도 뽑혀 각종 전국대회에 출전한 엘리트 선수였다.

이런 이 코치가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지적장애 배드민턴 대표팀 지도자로 변신한 건 지난해 일이다. 룸메이트였던 친한 언니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이보람 코치는 "빨리 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자 생활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특히 지적장애 팀 지도자는 선수들의 부모 역할까지 해야 하는데, 이보람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보람 코치는 "처음엔 색안경을 쓰고 있었다"라며 "선수들과 쉽게 융화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 코치의 인식은 조금씩 깨졌다. 그의 편견을 깬 건 선수들이었다.

이보람 코치는 선수들의 순수한 행동과 마음씨, 운동에 관한 열정을 지켜보며 동화되기 시작했다.

그는 "엘리트 선수들은 항상 자기의 한계를 생각하며 운동하는데, 이들은 그렇지 않더라"라며 "매일매일 자신의 한계를 깨고 성장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인식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이보람 코치의 활약상은 지적·발달 장애인들의 대축제, 2019 아부다비 스페셜올림픽에서 눈에 띈다.

이 코치는 선수들이 밥을 먹을 때나, 화장실을 갈 때나, 훈련이나 경기에 임할 때나 선수들의 손을 꼭 잡고 움직인다.

경기에서 져서 눈물을 흘리는 선수를 꼭 안아주며 위로하는 것도 이보람 코치의 몫이다. 선수들에겐 엄마 같은 존재가 됐다.

이 코치는 "장애인 팀을 맡으면서 내 삶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라며 "특히 이번 대회는 내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엘리트 체육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장애인 체육에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비장애 스포츠인들의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엘리트 선수 출신들은 자신의 영역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삶의 가치를 찾을 기회는 수도 없이 많다. 장애인 스포츠도 한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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