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대통령 당장 물러나라"…알제리서 또 수십만명 시위

입력 2019-03-16 17:59
"꼼수 대통령 당장 물러나라"…알제리서 또 수십만명 시위

부테플리카 대통령 '5선포기' 선언에도 국민 반발 계속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대선을 연기한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82)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군중 수십만명은 전날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거리 시위를 하며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이슬람 금요예배가 끝난 뒤 거리에 대거 모였고 알제리 국기를 몸에 두른 채 행진했다.

시위에 참여한 대학생 야지드 암마리(23)는 "부테플리카와 그의 부하들은 가능한 한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마드지드 벤지다(37)는 "우리가 지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잘못됐다"며 "시위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란, 안나바 등 알제리의 다른 도시 여러 곳에서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서 큰 물리적 충돌을 발생하지 않았지만 75명이 체포되고 경찰 11명이 진압 과정에서 경상을 입었다고 알제리 당국이 밝혔다.

알제리 정부는 이날 시위에 참여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보안소식통은 AFP에 시위 참가자가 1주 전 금요일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지난 8일 알제에서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5선 출마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외신은 경찰을 인용해 시위대를 약 50만명으로 추산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11일 대국민 발표를 통해 4월 18일 예정됐던 선거를 연기하고 자신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회의'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대선일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현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공식적인 임기는 오는 4월 29일까지다.

지난 14일 누레딘 베두이 신임 총리는 며칠 안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신규 내각을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지난달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대학생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3주간 이어지고 있다.



알제리 인구의 절반은 30세 미만이고 젊은 층은 높은 실업률 등으로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크다.

1999년 취임한 뒤 5년씩 4차례나 집권한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커다란 논란을 빚고 있다.

그는 2013년 뇌졸중 증세를 보인 뒤 휠체어에 의지한 생활을 하면서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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