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에 단식 예고…한화이글스 홈구장 건립 '진흙탕 싸움' 되나
대전 자치구 여론몰이 심화…"도 넘은 행태 자제해야" 지적도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신축 홈구장 유치를 향한 대전시 자치구의 여론몰이가 격화하고 있다.
구의원들이 함께 머리카락을 자르는가 하면 한 공무원은 단식 투쟁까지 예고하는 등 경쟁이 과열하는 모양새다.
15일 대전 자치구에 따르면 동구청 김용원 정책 비서실장은 오는 17일 오후 2시부터 대전역 서광장 꽃시계 앞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는 대전시의 야구장 입지 후보 선정기준에 대해 문제 삼으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8일 김 실장은 시의회 기자실을 찾아 "시가 특정 지역을 염두에 두고 선정기준을 발표했다는 의견이 많다"며 "실제 (기준이) 논리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대전역 선상에 야구장을 짓는 청사진을 제시한 동구 내부에서는 후보지 선정 용역 결과 자료를 시가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구 관계자는 "이해관계자인 시민, 야구전문가, 야구팬 등의 논의 수렴이 투명해야 한다"며 "현재는 전문가 설문을 거친다고 돼 있지만 용역업체에서 (대상을) 선정하기 때문에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경제성 항목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빠진 점도 문제로 꼽았다.
삭발로 먼저 결의를 다진 이들도 있다.
대전 중구의회 의원 3명은 지난 7일 시청 앞에서 새 야구장 입지를 중구로 할 것을 요구하며 머리를 깎았다.
이들은 "중구에서 야구장마저 빼앗아 간다면 미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덕구는 한때 시내 곳곳에 플래카드를 대거 붙여 홍보하기도 했다.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 용역 결과 발표가 임박해서 나타나는 이런 경쟁 구도에 대해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야구장 건립 계획 없는 서구의 주민 오영식(41) 씨는 "다른 구에서 사활을 걸고 도전하는 모습에 대해 비판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도 넘은 행태는 자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야구팬이라는 고주원(40) 씨는 "야구장을 뺏거나 지켜야 하는 시설로 볼 필요는 없다"며 "구민에게 뜻을 전달하려는 시도는 좋지만, 그 전달 방식이 너무 소모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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