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용의자 범행전 74쪽 동기 공개 "백인위해 침략자 공격"(종합)

입력 2019-03-15 18:07
수정 2019-03-15 20:27
뉴질랜드 용의자 범행전 74쪽 동기 공개 "백인위해 침략자 공격"(종합)

호주 태생 28살 태런트…범행 수 시간 전 온라인에 선언문

"세계 외딴곳의 '대규모 이민' 실상 알리려 뉴질랜드 선택"

"2년 계획해 침략자 많은 곳 골라…노르웨이 테러범 브레이비크에 영감"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는 백인들의 땅을 지키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노르웨이 학살범 베링 브레이비크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언론들이 전했다.

또 세계의 외딴곳에서조차 이민 행렬이 이어지는 현실을 알리려 뉴질랜드를 공격 대상으로 선택했다는 주장도 폈다.

15일 호주 데일리 메일 등에 따르면 체포된 4명의 용의자 중 한 명인 호주 국적의 브렌턴 태런트(28)는 범행 수 시간 전 자신의 계획을 상세히 담은 74쪽의 온라인 선언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태런트는 '대전환'(Great Replacement)이라는 제목의 이 선언문에서 자신이 가진 불만, 해당 이슬람 사원을 선택한 이유, 브레이비크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내용 등을 상세히 알렸다.

그는 자신을 노동자 계층의 평범한 호주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보통 백인 남성이라고 소개하고는 자신 같은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린 사람으로 규정했다.

또 대량 살상범인 딜런 루프를 포함해 많은 사람에 대한 글을 읽었지만, 진짜 감명을 받은 것은 브레이비크라고 공개했다.

뉴질랜드 모스크서 대형 '총격참사'…"계획된 테러" / 연합뉴스 (Yonhapnews)

루프는 2015년 미국 흑인 교회에 침입해 9명을 총기로 살해했으며, 브레이비크는 2011년 노르웨이 집권 노동당의 청소년 캠프에 침입, 총기를 난사해 모두 77명을 숨지게 한 테러범이다.

선언문에 따르면 태런트는 단지 공격을 계획하고 훈련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왔다.

또 뉴질랜드처럼 세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조차 '대규모 이민'에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나라를 공격 장소로 선택했다.

특정 단체에 가입하지는 않았고, 단지 많은 국수주의적 단체들과 접촉을 하거나 그들에 기부를 했다.



그는 2년 동안 공격을 계획했으며 최근 3개월 동안 구체적으로 후보지를 물색했다.

애초 다른 지역의 이슬람 사원을 표적으로 계획했으나 "훨씬 더 많은 침략자"가 있다는 이유로 이번에 범행을 감행한 알 누르 사원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침략자들에게 "우리의 땅은 결코 그들의 땅이 될 수 없고, 우리의 고국은 우리 자신의 고국"임을 보여주기 위해 공격하기로 했다며 "한 명의 백인 남성이라도 살아있는 한 그들은 결코 우리의 땅을 정복할 수 없으며 우리들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그는 굳이 규정한다면 자신의 행위가 "테러 공격"이 되겠지만 자신은 점령군에 대한 게릴라 행위로 본다고 말했다.

태런트는 이 같은 선언문을 인터넷에 올렸으며, 그는 헬멧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범행 장면을 생중계한 인물로도 의심받고 있다.

그는 차량을 운전해 이슬람 사원으로 이동하는 과정과 차량 트렁크에서 소총을 꺼내 들고 사원에 진입해 난사하는 장면 등을 자세히 전했다.

태런트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작은 마을인 그래프턴에서 성장했으며, 운동광인 그의 아버지는 2010년 49세의 나이로 숨졌다. 어머니는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다.

스스로 공부에 흥미가 없다고 느낀 그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 2010년부터는 피트니스센터에서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종교적 믿음에 대해 주변에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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