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깰 수도" 北초강수에 촉각…공 넘겨받은 美 어떻게 나올까

입력 2019-03-15 14:50
수정 2019-03-15 15:26
"협상 깰 수도" 北초강수에 촉각…공 넘겨받은 美 어떻게 나올까

北 '벼랑 끝 전술' 가능성 예의주시…판 깨지 않으며 상황관리 주력할 듯

트럼프, 정치적 부담…핵·미사일 실험 재개 등 현실화시 강경선회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북한이 15일 핵·미사일 실험 재개 여지까지 열어두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 측의 정확한 의도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 등과 맞물려 북미간 긴장이 고조돼온 가운데 북한이 급기야 협상중단 카드까지 꺼내 들며 대미 압박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다.

북한이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공을 다시 넘기면서 미국으로선 대응수위와 향후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강(强) 대 강(强)' 대치국면이 재연되는 조짐 속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북미 관계도 갈림길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며칠간 연일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며 단계적 비핵화 수용을 요구해온 북한은 이날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빌려 "미국은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배수의 진을 치며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북한,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단 고려"/ 연합뉴스 (Yonhapnews)

최 부상은 특히 협상을 지속할지,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하겠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도 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 등을 통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온 북한이 2차 핵 담판 결렬 후 "단계적 비핵화는 없다"며 '일괄타격식 빅딜론' 쪽으로 원위치한 미국을 향해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유엔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의 제재위반 사례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한 데 이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국제적 제재 공조를 강조하기 위해 뉴욕행(行)에 나선 와중에서다.

최 부상의 이날 발표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정확한 의도 파악에 일단 주력하면서 '다음 수'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부상이 실험 중단 유지 등을 곧 결정하겠다며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에 따라 동창리발(發) 이상징후가 실제 실험 재개 등 '도발'로 이어질지에 미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이다.

북한이 실제 실험 재개에 나선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약속'과 배치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 시험 중단 방침을 밝혔다고 공개했으며,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시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밝혔다"고 공개한 바 있다.

비건 특별대표가 최 부상의 기자회견 소식이 알려지기 몇 시간 전 15개 유엔 안보리 이사국을 상대로 "현재의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북한이 도발하거나 다른 길을 가지 않도록 관여해서 프로세스가 재개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도 현 국면에 대한 미국의 근본적 고민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 측은 일단 판 자체가 깨지는 걸 경계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대화의 궤도에서 완전히 탈선하지 않도록 상황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미국 측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내세워 연일 빅딜론을 강조하며 제재유지 입장을 견지, 압박 메시지를 발신하는 한편으로 협상을 위한 문을 열어두는 차원에서 유화적 제스처도 동시에 보내는 등 강온 병행 전략을 구사해 왔다.

동창리 파문에 대해 미사일 복구 움직임이 사실이라면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리면서도 파문 확산을 경계하며 신중론을 견지한 것이나 13일 인권보고서를 펴내면서 북한 인권문제 언급에 대해 수위를 조절한 것 등이 그 예이다.

북핵 해결사를 자임, 비핵화 문제 해결을 대표적 외교성과로 내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싱가포르 회담 이전의 북미 대치 상황으로 회귀하게 될 경우 당장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행정부들의 잘못된 협상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북한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겠다는 기조는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는 북한을 옥죄고 있는 제재라는 무기를 유지하고 있는 한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어 보인다. 볼턴 보좌관도 지난 10일 방송 인터뷰에서 "지렛대는 우리 쪽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 협상하는 동안에도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미 본토는 물론 동맹국에 계속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장관 대행의 14일 청문회 발언대로 미국 측은 북핵이 중대한 위협이라는 인식도 분명히 갖고 있다.

북한의 벼랑 끝 압박으로 인해 미국 내 회의론이 고조되거나 실제 북한의 도발 등이 현실화 경우 트럼프 행정부도 더욱 강경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북한이 실제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는 상황이 연출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관여 드라이브는 큰 시험대에 놓일 수 있다.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도 이날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에 대해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지만, 두 차례 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다양한 비상사태(컨틴전시)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일차적 관건이 될 것으로 보여 그의 메시지가 주목된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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