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美, 대사관 직원 괴질사건 정치적으로 악용"

입력 2019-03-15 10:21
쿠바 "美, 대사관 직원 괴질사건 정치적으로 악용"

"근거없는 주장으로 관계 악화 구실"…"캐나다는 그렇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미국 정부가 쿠바 수도 아바나 대사관 직원들에게 발생한 괴질(怪疾·원인을 알 수 없는 병)과 관련,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면서 이를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쿠바 정부가 비난했다.

쿠바 외교부 미국-캐나다 담당 국장인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카시오는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 dpa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아바나 주재 미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직원과 가족 등 20여명이 청력 손실과 메스꺼움, 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일이 지난 2년간 이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를 '음파 공격'으로 보고 작년말 공관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고 미국 주재 쿠바 외교관 15명을 추방했다.

페르난데스 데 카시오 국장은 "미국은 근거도 없는 주장을 내세워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조종하고 있다"며 "양자 관계를 악화하는 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이러한 주장은 쿠바가 위협적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하거나, 쿠바를 테러 지원국가로 분류하고 싶은 자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쿠바 정부도 일부 외교관들이 앓는 질환을 인정하고 있으나, 미국은 근거 없이 '공격설'을 내세울 뿐 우려하는 만큼에 걸맞게 원인 규명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캐나다도 아바나 주재 대사관에서 10여명이 괴질 증세가 발생함에 따라 외교관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지만, 근거 없는 주장은 하지 않고 원인 규명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고 페르난데스 데 카시오 국장은 설명했다.

아바나 주재 미국 외교관들의 괴질 원인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극초단파' 무기의 공격일 수 있다는 보도를 하는가 하면, 지난 1월 미국과 영국의 일부 과학자들은 고주파 영역을 가진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원인일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은 민주당 소속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5년 8월 당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54년 만에 국교 정상화를 이루고 '데탕트'(긴장 와해) 시대를 열었으나, 공화당 소속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쿠바와의 관계가 다시 급속히 냉각됐다.

지난해 11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쿠바를 베네수엘라, 니카라과와 함께 '폭정의 트로이카'라고 지칭한 뒤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플로리다주 연설에서 적대국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쿠바의 '꼭두각시'로서 쿠바 군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 이들 국가를 포함한 니카라과의 사회주의가 종말을 맞을 날은 멀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연설 내용에 대해 라울 카스트로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고압적이고, 냉소적이고, 부도덕하고, 위협적이고, 무례하고, 간섭적이고, 위선적이고, 호전적이고, 불결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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