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스트의 멸종…갈림길에 선 왼손 구원 투수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원 포인트 릴리프' 또는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던 왼손 구원 투수들이 이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미국프로야구(MLB) 사무국과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는 내년부터 투수가 최소 세 명의 타자를 상대하도록 하는 규정 변경에 15일(한국시간) 합의했다.
이에 따라 특정 타자 1∼2명을 상대하고 강판하던 '스페셜리스트'들의 입지는 좁아졌다. 아예 멸종될 수도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우타자에 강한 잠수함 구원 투수, 좌타자 요리에 능한 왼손 구원 투수 등을 스페셜리스트로 통칭했다.
특히 직격탄을 맞을 이들은 스페셜리스트 중에도 왼손 구원 투수다.
앞으로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 선발투수로 뛰든, 조시 헤이더(밀워키 브루어스)나 애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처럼 1이닝을 책임지는 마무리 보직을 꿰차야 메이저리그에서 생존할 수 있다. 어정쩡했다간 딱 실업자가 될 판이다.
왼손 타자가 상대 타선에 즐비하거나, 오른손 대타가 마땅치 않은 팀과의 대결이 아니고선 내년 이후 왼손 불펜 투수가 1이닝을 꼬박 채우는 장면을 보기 쉽지 않아서다.
조 매든 시카고 컵스 감독은 USA 투데이 인터뷰에서 "경기 시간 단축엔 열렬히 찬성하지만, 좌완 스페셜리스트 기용 문제가 이 사안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잦은 투수교체가 경기 시간을 늘린 주범이고, 그 중심에 원 포인트 릴리프 투입이 있다는 항간의 시선을 불편하게 생각한 셈이다.
여러 전략과 전술로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감독의 처지에선 승부처에서 한두 타자를 틀어막을 좌완 스페셜리스트를 더는 기용할 수 없다는 것은 운신의 폭을 좁히는 악재다.
매든 감독은 "새 규정은 왼손 불펜 투수들에게 상처를 줄 것이며 이들에게 좀 더 창의적이고 완벽한 투수가 될 것을 강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컵스의 베테랑 좌완 불펜 투수 브라이언 듀언싱도 "약간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몇몇 투수들의 직업을 박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좌타자를 아웃으로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좌완 투수들이 많다"며 "새 규정은 이들에게 투구 스타일의 변화를 유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USA 투데이는 메이저리그 통산 두 타자 미만을 상대한 투수 순위에서 상위 28명이 모두 좌완이라는 점을 들어 왼손 스페셜리스트에게 닥칠 위기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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