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장, 무솔리니 두둔으로 '논란'…사퇴 압력에 '사과'(종합)

입력 2019-03-15 02:26
유럽의회 의장, 무솔리니 두둔으로 '논란'…사퇴 압력에 '사과'(종합)

"방법 동의 않지만 이탈리아 재건"→"정당화 의도 아냐"

(브뤼셀·로마=연합뉴스) 김병수 현윤경 특파원 =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의 파시즘 체제를 세운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두둔했다가 하루만인 14일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유럽의회 일부 의원들이 타이아니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사퇴하라고 압박한 데 따른 것이다.



타이아니 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확고한 반(反)파시시트자로서, 나의 발언으로 상처를 받은 모든 사람에게 사과한다"면서 "반민주적, 전체주의적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나의 개인적·정치적 이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이 내가 파시즘에 대해 관대한 것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 심히 애석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앞서 타이아니 의장은 전날 이탈리아 라디오의 한 토크쇼에 출연해 "무솔리니 정권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히틀러에 이어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고, (유대인을 겨냥한) 인종차별 법안을 통과시킬 때까지는, 또한 (정적이었던 자코모) 마테오티의 끔찍한 살해 사건을 제외하고는, 무솔리니는 이탈리아의 기간 시설을 건설하는 등 긍정적인 일들을 했다"고 주장했다.

1922년부터 1943년까지 이탈리아를 통치한 무솔리니는 1938년 인종차별 법안을 통과시켜 유대인들을 억압하기 시작했고, 1940년에는 나치 독일의 편에 서서 2차대전에 뛰어들었다. 마테오티는 1924년 파시스트 폭력배들에 의해 살해된 이탈리아의 정치인이다.

타이아니 의장은 그러면서 "나는 현재에도 그렇고, 과거에도 결코 파시스트였던 적이 없지만, 솔직히 말해 무솔리니가 도로와 다리, 건물, 체육 시설들을 건설했고, 늪지를 매립해 이탈리아 영토를 늘린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며 "역사적인 판단을 내릴 때는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즉각 비판이 쇄도했다.

집권 '오성운동' 소속인 스테파노 부판니 이탈리아 지방자치 차관은 "타이아니가 본색을 드러냈다"며 "그는 자신의 발언을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유럽의회의 사회민주당(SD) 그룹을 이끄는 독일 출신의 우도 불만 의원은 "믿을 수 없는 발언"이라며 "유럽의회 의장이 어떻게 파시즘의 본질을 인정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녹색당을 비롯해 일부 유럽의회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타이아니 의장의 발언은 들을 가치도 없고,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언급"이라면서 "발언을 철회하거나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난이 쏟아지자 타이아니 의장은 "나는 철저한 반(反)파시스트로 살아왔다. 파시스트의 독재와 인종차별 법안, 파시즘이 초래한 죽음들은 이탈리아와 유럽 역사에 있어 가장 어두운 페이지"라며 "내가 파시즘에 대해 말한 것을 왜곡한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그는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탈리아 중도우파 진영의 대표적 정치인으로 꼽히는 타이아니 의장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역시 2013년 "인종법안을 제외하면, 무솔리니는 많은 면에서 훌륭한 일을 한 지도자"라고 추켜세워 논란을 빚은 바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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