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무대 오른 금빛 불교예술…두달간 고려사경 특별전

입력 2019-03-15 00:01
뉴욕무대 오른 금빛 불교예술…두달간 고려사경 특별전

맨해튼 티베트하우스, 외길 김경호 작품전…"0.1mm에 우주 담았다"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40여년간 사경(寫經)에 매달려온 외길 김경호(56) 한국전통사경연구원장의 작품들이 미국 뉴욕 한복판에 전시됐다.

'사경'은 수행과 기복을 위해 경전을 필사하는 행위로, 불교 수행의 꽃이자 종합예술로 꼽힌다. 합천 해인사에 있는 대장경판을 비롯한 다양한 목판과 금속활자를 제작하는 데 기초가 되기도 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티베트하우스는 13일(현지시간) 저녁 '깨달음, 명상, 그리고 보살의 길(Illumination, Meditation and Bodhisattvas) 특별전' 개막식을 했다.

'뉴욕 아시아위크' 행사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으로, 5월 9일까지 열린다.

고려불화의 조이락 작가와 함께 특별전에 초청된 김경호 원장은 자신의 사경 작품 9점을 '뉴욕 무대'에 올렸다.

'감니금지 일불일지 화엄경 약찬계'와 '감니금지 7층보탑 법화경 견보탑품', '감지금니 화엄경보현행원품 변상도', '초전법륜도 만다라', '10음절 만트라(십상자재도)', 옴마니반베훔 만다라' 등 주요 역작들이다.

기독교, 이슬람교 문화와 접목한 '감지금니 전통사경과 성경사경, 코란사경, 만다라의 대화' 작품도 소개됐다.

매일 8시간씩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0개월에 걸쳐 완성된 작품들이다.

티베트하우스는 "탐욕, 부주의, 무지 등이 없는 매우 깊은 명상의 상태에서, 수행자의 영혼이 응축된 최고의 예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경호 원장은 개막식에서 "사경은 1천700년의 역사를 가진 예술 장르이자 불교 수행법이기도 하다"면서 "1mm의 공산에 우주를 담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미 뉴욕주 비영리 문화단체인 뉴욕한국문화재단이 전시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관심을 두는 티베트 문화와 연계한 것도 한국 불교예술을 더 친숙하게 알리겠다는 취지다.

개막식 당일에도 많은 미국 현지인들이 전시회장을 찾아 아시아권 불교문화에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김 원장은 "아시아 각 지역의 불교 문화가 본질에서는 모두 통하기 마련인데, 이를 사경이라는 문화 코드로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고용노동부 지정 '전통사경 기능전승자'로, 여러 전시회와 저서들을 통해 전통 사경의 계승·발전과 알리기에 매진해왔다. 미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등에서도 수차례 사경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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