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30억 광년 떨어진 초기 우주서 초질량블랙홀 83개 발견
빅뱅 이후 7억5천만~13억8천만년 사이 형성…퀘이사로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빅뱅 뒤 수억 년 내의 초기 우주에서 형성된 먼 우주의 초질량 블랙홀(SMBH)이 83개나 발견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초질량 블랙홀은 은하의 중심에서 포착되며, 태양의 수백만배에서 수십억배에 달하는 질량을 갖고 있다. 가까운 우주에서는 흔하지만 먼 우주에 있는 초기 우주의 초질량 블랙홀은 그리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
일본 에히메대학 마츠오카 요시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하와이 마우나케아산에서 일본 국립천문대가 운영하는 스바루 망원경의 광시야 카메라인 '하이퍼 슈프림 캠(HSC)'을 이용해 현재 우주 나이의 10% 이전에 형성된 초질량 블랙홀들을 대거 찾아냈다고 밝혔다.
우주 나이는 약 138억년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번에 찾아낸 초질량 블랙홀 중에서는 약 130억5천만 광년 떨어진 초질량 블랙홀이 가장 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금까지 관측된 초질량 블랙홀 중 두 번째로 먼 곳에 있는 것으로, 빅뱅이후 7억5천만년 이전에 형성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먼 우주의 초질량 블랙홀은 주변의 물질을 집어삼키며 내는 거대 발광체인 '퀘이사(준항성상 천체)'로 확인하는데, HSC를 통해 이전에는 포착하지 못했던 희미한 빛의 퀘이사까지 찾아냈다.
먼저 퀘이사 후보를 가려낸 뒤 스바루 망원경과 칠레의 제미니 남측 망원경, 스페인 라 팔마섬의 그란 텔레스코피오 카나리아스 등을 이용해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약 5년에 걸쳐 300일간 관측한 결과 총 83개의 퀘이사를 확인했다. 이전에 관측된 17개까지 합쳐 이 관측권에서만 100개가 확인돼 10억 입방광년 당 1개꼴로 초질량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주는 빅뱅 이후 수억년간 1세대 별과 은하, 블랙홀 등이 형성될 때 수소 원자가 중성 상태에서 양성자와 전자로 분리되는 재이온화(reionized)가 이뤄졌다. 재이온화를 촉발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무엇이 공급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퀘이사가 지금까지 발견된 것보다 훨씬 많아 공급원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관측 결과는 퀘이사가 많이 발견되기는 했으나 재이온화를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수소의 재이온화는 다른 에너지원에 의해 촉발됐으며, 초기 우주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은하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마츠오카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Astrophysical Journal)' 최신호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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