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협정 위해 석탄발전 없애면 한국이 가장 큰 피해"

입력 2019-03-14 14:08
"파리기후협정 위해 석탄발전 없애면 한국이 가장 큰 피해"

영국 금융 싱크탱크 "2040년까지 석탄발전 폐쇄시 120조원 손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한국이 파리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204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해야 하며 이 경우 예상되는 좌초자산 손실액이 약 120조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은 예상치 못한 시장 환경 변화로 자산 가치가 떨어져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되는 자산을 의미한다.

영국의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arbon Tracker Initiative)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저렴한 석탄, 위험한 착각: 한국 전력시장의 재무적 위험 분석 보고서'를 14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세계 석탄발전설비용량의 약 95%를 차지하는 34개국이 파리기후협정 목표에 맞게 전력시장을 운영할 경우 각국의 발전회사들이 입을 손해를 분석했다.

파리기후협정은 21세기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고서는 이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을 대부분 에너지, 특히 전력 분야에서 한다는 전제로 한국이 204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봤다.



이런 가정은 한국 정부가 발전, 산업, 수송 등 부문별 감축 목표를 제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보고서는 지금처럼 석탄발전소를 계속 운영하는 시나리오와 2040년까지 모든 석탄발전소 운영을 중단하는 시나리오의 현금흐름 차이를 좌초자산 손실로 정의했다.

한국의 좌초자산 손실액은 34개국 중 가장 많은 1천60억달러(약 120조원)로 추산했다.

석탄발전소 폐지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기업은 한국전력공사로 손실액은 977억달러다. 그다음이 SK가스[018670] 16억달러, 산업은행 14억달러다.

한국의 손실액이 가장 큰 이유는 그만큼 국내 석탄발전소가 현재 고수익을 얻고 있어서다.

보고서는 연료비가 낮은 발전소를 먼저 돌리는 급전 방식과 막대한 용량정산금, 탄소배출비용 보상 제도 등 한국 전력시장의 특징이 일종의 보조금이라고 지적하며 "이런 제도들은 한국 내 석탄발전소들이 전 세계를 통틀어 어떤 전력시장에서도 얻을 수 없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주장했다.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이미 석탄발전소가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면 오히려 손실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환경설비 강화 투자 등으로 한국 석탄발전소의 운영비가 평균 18% 증가하면서 2025년에는 석탄발전이 신규 태양광 건설보다 비싸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려면 정부가 석탄발전소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 등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런 이유로 한국이 신규 석탄발전 투자를 중단하고,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폐쇄를 계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카본 트래커의 전력사업 부문 책임 연구원인 맷 그레이는 "현재 한국의 태양광과 육상풍력 발전 비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으로 조사됐다"면서 "석탄 발전사에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지금의 왜곡된 전력시장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막대한 금액의 손실을 넘어 전 세계 저탄소 시장의 흐름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고 뒤처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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