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선관위, 野 의혹은 '신속·압박' 與 의혹엔 '느릿·면죄부'
"해산된 정당 '無선택 투표·민주계열 지지호소' 위법" 으름장
與 모금 위법의혹·쁘라윳 후보 자격 시비에는 해결 의지 '빈약'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선관위가 2014년 쿠데타 이후 약 5년 만에 치러지는 3·24 총선을 코앞에 두고 야권을 지속해서 압박하고 있다.
반면 쁘라윳 짠오차 총리나 군부세력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모습이어서 공정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일간 더네이션과 인터넷 매체 카오솟 등에 따르면 선관위는 당 해산으로 총선에 뛸 수 없게 된 타이락사차트당 후보들이 지지자들에게 '무선택 투표'를 하거나 다른 야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는 행위의 위법성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잇티폰 분쁘라콩 선관위원장은 전날 이 문제를 들여다볼 조사위원회가 설치됐다고 밝혔다.
잇티폰 선관위원장은 '무선택 투표'나 '지지 이전' 방침은 유권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선거법을 위반한 것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탁신계 정당 타이락사차트의 공주 총리 후보 지명을 놓고 당 해산을 헌재에 요청했던 선관위가 정당 해산 이후에도 야권에 대한 견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타이락사차트당 일각에선 어떤 후보도 선택하고 싶지 않다고 표기한 투표용지 숫자가 당선자 득표수보다 많을 경우, 해당 선거는 무효가 되고 새로운 후보들로만 재선거를 치르도록 한 2016년 군부 주도 헌법을 역이용하고 있다.
재선거 시 탁신계 '맏형'격인 푸어타이당 후보들이 출마해 당선될 수 있다는 셈법이다.
일부 타이락사차트당 후보들은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퓨처포워드당이나 세리루암타이 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선거 운동 지원에 나서고 있다.
잇티폰 선관위원장은 이에 대해 "처벌 수위가 최대 정당 해산까지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대답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타이락사차트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차뚜론 차이사엥은 이와 관련, 트위터에 "(군부 정권을 지지하는) 팔랑쁘라차랏당 지지를 호소했어도 그 당이 해산될까"라고 힐난했다.
야당 관련 문제에는 신속하게 나서 압박하는 선관위지만 쁘라윳 총리나 팔랑쁘라차랏당과 관련 의혹 제기는 매우 느리게 진행하거나 충분한 조사 없이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액이 걷힌 팔랑쁘라차랏당의 지난해 12월 기금모금 행사에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선관위는 사실상 혐의없음으로 서둘러 결론 내렸다.
쁘라윳 총리가 현직이어서 팔랑쁘라차랏당 총리 후보 자격이 박탈돼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조사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선관위는 또 말레이시아 등 재외국민 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시설 미비 등으로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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