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선관위, 중·러 경유 해킹시도에 몸살…이유는?

입력 2019-03-14 10:32
인도네시아 선관위, 중·러 경유 해킹시도에 몸살…이유는?

해외 IP 도용한 국내인 소행 가능성…中·러, 즉각 해명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총·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KPU)가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경유한 해킹 시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14일 트리뷴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리프 부디만 KPU 위원장은 전날 기자들을 만나 선관위 공식 홈페이지가 거의 상시적인 사이버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아리프 위원장은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외국 IP가 공격에 사용됐다면서 이로 인해 선관위 홈페이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이 (국가적으로) 관여한 것이 아니라 해커들이 개인적으로 한 것이다. 특정 기관이 개입한 정황은 없다"면서 내달 총·대선을 치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남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는 내달 17일 총선과 대선을 한꺼번에 치를 예정이다.

재선을 노리는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과 야권 대선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의 양자 대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번 선거에선 약 1억8천700만 명의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에선 2016년 미국 대선이나 작년 브라질 대선에서처럼 특정 정치세력이나 외국 정부가 가짜뉴스를 퍼뜨리거나 해킹을 통해 선거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해 자사가 논란에 휘말릴 조짐이 보이자 이달 초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이 인도네시아 대선 관련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조처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와 러시아 대통령궁은 타국의 내정이나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면서 즉각 반박했다.

실제로 KPU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외국 IP를 도용한 인도네시아인 해커에 의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리프 위원장은 "IP는 외국이지만, 실제로는 국내에 있는 인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 대선 캠프는 작년부터 KPU의 정치적 중립성과 신인도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프라보워 총재 진영은 유권자 명부에 무려 2천500만명이 중복 기재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선관위 조사 결과 실제로 70만명가량의 이름이 중복 기재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프라보워 총재 측은 최근에도 진위가 의심되는 유권자가 1천750만명에 달한다면서 KPU에 조사를 의뢰했다.



일각에선 프라보워 총재 지지자의 25%가 KPU를 불신한다는 여론조사 결과 등을 들어 KPU의 신뢰도가 훼손될 경우 5년 전 대선 불복 사태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프라보워 총재는 2014년 대선에서 조코위 당시 투쟁민주당(PDI-P) 후보에게 6.2%포인트 차로 패하자 선거 불복을 선언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조코위 지지자 일부는 KPU에 대한 해킹도 야권의 선거전략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프라보워 총재를 지지하는 무슬림 과격파는 조코위 대통령이 중국에서 가짜 투표용지를 들여오는 등 외국을 이용해 선거결과를 조작하려 한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도 했다.

한편,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작년 9월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코위 대통령은 지지율에서 프라보워 총재를 적게는 9.2%포인트에서 많게는 2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야권 대선 캠프는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작년 5월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이끄는 야권이 예상 밖의 승리를 이뤄냈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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