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선양 진출 한국기업 '악전고투'…경기악화에 경쟁심화
中 경쟁사들 물량 공세…북미정상회담 결렬로 北 진출 기대 난망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경기둔화 우려와 현지 경쟁 심화 등 악조건 속에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악전고투'를 이어가고 있다.
13일 선양총영사관의 기업탐방행사에 참여한 사료·식품첨가물생산업체 CJ 바이오테크는, 조만간 중국 현지 기업의 물량 공세에 직면하게 될 상황을 우려했다.
유정일 CJ 바이오테크 법인장은 "전세계 발효산업이 중국 동북 3성에 집중돼있다. 원료인 옥수수가 싸기 때문"이라면서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의 중국 경쟁사가 CJ보다 많게는 3배 정도 크기로 공장을 증설해 2분기부터 물건을 쏟아낸다"고 말했다.
그는 "아미노산 공급 초과로 가격 폭락이 우려된다"면서 "이제 중국과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만도기계 백창열 상무는 "현지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려면 중국 내 가격 경쟁이 심하다"면서 "중국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로 올라왔고, 앞으로도 발전할 것인 만큼 현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밝혔다.
또 "동북 3성에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6곳이 진출해있는데, 이들은 납품 결정을 본사에서 한다"면서 "보쉬 등 큰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애로가 있다"고 백 상무는 설명했다.
롯데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백화점 등 사업을 철수하는 분위기 속에서, 선양의 경우 롯데월드 공사가 중단된 후 아직 재개되지 않은 상태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양 한국인상회 북부지회의 경우 한때 43개 업체가 속해있었지만, 현재 남아있는 기업은 12곳 정도에 불과하다.
목제품 생산업체인 월계수 목제품유한공사의 강성태 사장은 "10년 정도 공장을 운영했는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과거의 3분의 1 정도만 가동하고 있다"면서 "현상유지를 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한 파티용품 제작업체 사장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으로 진출할 것을 기대했지만, 회담이 합의문 없이 끝난 데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임병진 선양 총영사는 "원가가 상승하고 중국기업들도 경쟁력이 생기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이나 새롭게 진출하려는 기업도 있는데, 선양시 관계자와 면담에서 요구사항을 잘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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