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다멜·노트…'말러 전문가'들의 말러 요리 솜씨는
LA필하모닉·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등 잇달아 말러 작품 연주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말러 교향곡들과 인연이 깊은 지휘자들의 굵직한 연주회가 잇따라 열린다.
말러는 악기 편성이 크고 복잡해 난해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한 번 빠졌다 하면 헤어나오기 어려운 독특한 세계를 지녔다.
온갖 음악적 기법과 실험이 총동원된 그의 음악은 오케스트라의 압도적인 음향과 섬세한 다이내믹, 들끓는 클라이맥스로 청중들을 사로잡는다.
정명훈 지휘자는 과거 인터뷰에서 "말러는 오케스트라라는 악기의 가능성을 완벽하게 나타낸 작곡가"라며 "그처럼 오케스트라의 화려함을 표현한 사람은 전무후무하다"고 평한 바 있다.
최은규 음악평론가는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힘의 측면에서는 베토벤을 능가한다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악기로, 더 많은 시간을 두고 에너지를 쌓아가다가 폭발시키는 힘이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말러가 악보에 많은 지시 사항을 남겨둔 데다가 선율이 워낙 많이 겹쳐있기 때문에 지휘자만의 해석과 악단의 역량이 뚜렷이 드러나는 점도 매력이다.
우선 베네수엘라 출신 차세대 거장으로 꼽히는 구스타보 두다멜(37)의 말러 교향곡 1번이 포문을 연다. 오는 16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LA필하모닉 내한 공연에서다. 두다멜은 2009년부터 이 악단을 이끌어오고 있다.
두다멜과 인연이 깊은 곡이자 장기로 꼽히는 곡이다.
그가 '엘 시스테마'(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예술 교육 프로그램) 창립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에게서 처음 지휘를 배운 작품인 말러 1번이다.
23세에 말러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국제무대로의 발판을 마련한 그는 2009년 LA필하모닉 취임 연주회에서도 말러 교향곡 1번을 선택했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두다멜은 곡 에너지와 흐름을 잘 파악해 큰 카타르시스를 만드는 재능이 있고 남미 출신 지휘자 특유의 활력도 넘친다"며 "젊은 시절의 말러와 분명히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지휘자 조너선 노트(57)의 말러 해석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도 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받는다.
노트는 다음 달 7일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을 연주한다. 노트는 2017년부터 이 악단의 수장을 맡고 있다.
노트는 밤베르크 심포니와 함께 발매한 말러 교향곡 전집으로 말러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5월 BBC 뮤직 매거진이 선정한 말러 작품별 추천 음반에도 노트의 말러 6번이 포함됐다.
연합뉴스가 연초 업계 전문가들의 대상으로 한 '올해 기대되는 공연' 설문에서도 "말러 음반으로 유명한 노트의 말러 교향곡 연주라면 결코 놓칠 수 없다"(최은규), "말러 스페셜리스트의 말러 교향곡 해석을 기대한다"(노승림) 등의 평을 받았다.
말러와 슈트라우스 등을 장기로 하는 성시연(43) 지휘자도 오는 2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함께 '말러와 슈트라우스' 공연을 연다.
경기필하모닉 상임 지휘자를 지내며 국내 첫 국공립오케스트라 여성단장으로 주목받은 성시연은 말러와 뗄 수 없는 인연을 지녔다.
2007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그는 경기필하모닉 취임 및 고별 무대에서 모두 말러 교향곡을 연주했다.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인 데카를 통해 말러 교향곡 5번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번 연주회에서 선보이는 말러 작품은 '뤼케르트 가곡'과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3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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