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예산으로 만들어낸 일자리 착시효과…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2월 취업자가 2천634만6천명으로 작년 2월보다 26만3천명이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늘어난 취업자가 20만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월(33만4천명)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 전에 30만명 안팎이던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2월 10만4천명으로 뚝 떨어진 데 이어 올해 1월(1만9천명)까지 거의 10만명을 밑돌았다. 지난해 8월에는 늘어난 취업자가 3천명에 그쳐 가까스로 마이너스를 면하기도 했다.
취업자가 모처럼 많이 늘어났다니 반가운 일이지만, 자세히 보면 속 빈 강정이나 다름없다. 늘어난 일자리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곳이 아니라 정부가 공공 일자리 사업 확대를 위해 재정을 통해 일시적으로 만들어낸 일자리라서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취업자가 23만7천명(12.9%), 농림어업 취업자가 11만7천명(11.8%) 늘었다. 모두 정부의 일자리 사업 확대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분야다. 반면 민간기업이 만들어낸 안정적이며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제조업 취업자와 금융보험업 취업자는 15만1천명, 3만8천명씩 감소했고 경기상황과 최저임금 등에 영향을 받는 도·소매업 취업자도 6만명이 줄었다.
고용시장의 주력인 30대와 40대의 취업자가 10만명 이상씩 줄어든 대신 60대 이상 노령층 취업자는 39만7천명이나 늘어난 것도 전반적인 고용의 질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60대 이상의 취업자는 1982년 통계작성 이후 이번에 가장 많이 늘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실업자 역시 지난달 130만3천명으로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고 한다. 제조업 취업자가 11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앞으로 고용전망에 좋지 않은 신호다.
일자리는 민간기업이 만들어낸다. 경기가 좋으면 투자를 늘려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비용을 줄이려는 압박을 받아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을 때 정부가 재정투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고용 개선의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국내 경기 둔화가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둔화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진단해오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는 "한국 경제성장이 역풍을 맞고 있다"며 확장적 재정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안 좋으니 적절한 선에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양극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산업구조 개선과 좀비기업 퇴출 등 건전한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단없는 구조개혁이 고용 개선의 근본 처방이라는 사실임을 정부 당국은 깨달아야 한다. 또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잠재 생산성을 떨어뜨려 고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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