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사리는 미 유명대학들…"화웨이 기부금 안받는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용 기자 = 미국의 유명 대학들이 국가 안보상의 우려를 이유로 중국 이동통신 장비업체인 화웨이와의 거래를 제한하려는 미 의회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진행되는 가운데 화웨이로부터의 연구 기금을 피하고 있다고 미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 오하이오 주립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는 모두 화웨이와의 관계를 끊거나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교육부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기술 및 이동통신 프로그램과 관련해 기부 또는 계약에 따라 미국 학교 9곳에 1천60만 달러를 제공했다.
62개 연구기관을 대표하는 북미대학협회(AAU) 토빈 스미스 부회장은 "점점 더 많은 우리 대학이 관계를 끊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지난해 9월 미 연방수사국(FBI)이 워싱턴에서 대학 총장들과 '중요한 정상회담'을 열었다고 말했다.
미 정부 당국이 기업이나 유럽 동맹국들에 화웨이와의 사업 거래를 피하도록 공격적인 공공 캠페인을 벌이는 가운데 화웨이를 둘러싼 압박이 연구기관들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준다.
미 연방 검찰은 지난 1월 화웨이를 기업 비밀 절도 혐의로 기소했다.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미국 대학들은 개방적인, 전세계의 지적 교류라는 기풍 아래 운영된다. 대학들은 정부나 정계, 기업의 영향력으로부터 학문적 자유를 보호하려 분투하고 연구 기금 지원이나 관계를 결렬시키는 압박에 저항하려 한다.
그러나 화웨이의 경우 일부 대학들이 비록 마지못해서이긴 하지만 굴복했다. 버클리 연구 부총장인 랜디 카츠는 "화웨이는 좋은 파트너다. 그러나 우리는 화웨이의 사업 관행에 대한 연방 차원의 기소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화웨이가 스파이 행위라는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화웨이는 이런 주장에 대해 "범법 행위에 대한 어떤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미국으로의 송환 문제를 다투고 있는 화웨이 CFO의 한 변호사는 지난 6일 캐나다 법정에서 "화웨이를 겨냥한 기소들이 사실상 정치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에서의 화웨이의 역할에 대해 큰 관심을 쏟았다.
FBI와 정보기관들은 지난해 7월 18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교육부 스태프를 대상으로 브리핑을 가진 것으로 의회에 전달된 서한에서 나타났다.
FBI는 국가 안보 사안에 대해 진행 중인 업무의 일환으로 학계의 인사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그들은 당신이 이 기업을 상대해야 한다고 또는 상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도록 매우 주의한다. 그러나 그들은 당신이 위험을 평가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미 연방 의원들도 관심을 기울인다. 공화당 인디애나주 짐 뱅크스 하원의원은 미 정보기관들이 화웨이나 ZTE, 100개가량의 미국 대학에서 언어와 문화를 알리는 중국 기금의 '공자 학원(CONFUCIUS INSTITUTES)'에 의해 진행되는 민감한 대학 연구를 모니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뱅크스 의원은 "화웨이나 ZTE, 공자 학원들이 친구인 척하지만 믿을 수 없는 기관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동료가 위협의 심각성 때문에 '숨은 적들'을 차단하고 이들이 우리의 교육기관이나 통신 인프라에 침투하는 걸 막는 데 전념한다"고 말했다.k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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