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학생회비 4년치 선납 요구…미납 땐 불이익
공개 독촉·피선거권 박탈 등…학생·학부모 "왜 내는데" 반발
(대구·구미=연합뉴스) 박순기 기자 = 대학들이 신입생으로부터 4년 치 학생회비를 거두고 미납 학생에게 불이익까지 줘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을 사고 있다.
13일 대구·경북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올해 신입생에게 입학금·등록금 이외에 4년 치 학과 학생회비 16만∼30만원씩을 거뒀다.
경북대 기계학과는 30만원, 영남대 신소재학과는 16만원, 금오공대 전자학과 및 대구한의대 물리치료과는 20만원씩을 각각 거뒀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과 학생회비를 왜 내야 하느냐"라며 반대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4년 치를 선납하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신입생은 "학생회비는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반강제적이고, 등록금 고지서와 함께 나와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거로 알았다"며 "학교를 그만두거나 편입할 수도 있는데 4년 치를 한꺼번에 내라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과 학생회비를 내지 않으면 회비를 공개적으로 독촉하고 갖가지 불이익을 주는 데서 학생·학부모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북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한 학생회는 '학생회비 26만원을 내지 않을 경우에 장학금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가 반발을 샀다.
학부모는 페이스북에 '자율적으로 내는 학생회비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 장학금을 제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영남대 신소재학과 한 신입생은 "MT(별도 12만원)에 참석할 학생은 학생회비와 MT 비용을 함께 납부하라는 연락을 받아 학과 학생회비를 내지 않으면 MT 참석을 제한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금오공대 한 학과의 경우, 학과 학생회비를 내지 않으면 학생회 간부에 출마할 자격을 얻지 못한다는 회칙까지 있어 학생들로부터 "피선거권 제한은 비민주적인 회칙"이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대구교대 등 많은 대학의 학생회는 학과 학생회비를 낸 학생에게 사물함 사용 우선권을 주기도 한다.
영남대 한 재학생은 "2년 전 학과 학생회비 20만원을 냈는데 학과 점퍼와 행사 때 간식을 받은 게 전부"라며 "학생회비를 거두지 말고 필요한 학생만 점퍼 구매비 등을 내면 된다"고 했다.
대구한의대 한 학생은 "학과 학생회비를 왜 내야 하는지 의문점이 있고, 4년 치 선납은 학생회와 대학이 함께 학생을 옥죄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신입생을 둔 학부모는 "입학금·등록금 400여만원과 기숙사비 40여만원, 월 생활비 70만원을 보내면 부모도 힘들다"며 "학생회비가 정말 필요한 건지 묻고 싶다"고 했다.
각 대학의 총학생회는 학과 학생회비 외에도 신입생과 재학생에게서 학기마다 총학생회비 1만∼3만원씩을 거둔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학생회비를 내는 셈이다.
모 대학의 학과 학생회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학과 학생회비는 신입생 환영회를 비롯해 학생 자치활동·복지사업 지원, 스승의 날 및 성년의 날 행사, 학과 점퍼 구매 등에 사용한다"고 말했다.
par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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