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사이 아베 딜레마…親중국 하자니 美 눈치보여

입력 2019-03-13 10:54
트럼프·시진핑 사이 아베 딜레마…親중국 하자니 美 눈치보여

'실리' 위해 중국에 접근…'일대일로' 협력하고 안보 협력 모색

시진핑 국빈방문 추진하다 '사실상 취소'…"美中 갈등서 美 배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일본이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와 안보의 '실리'를 위해 중국에 접근하려 하고 있지만, 무역마찰 등으로 미중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자칫 미국과의 관계에 해가 될까 걱정할 수밖에 없는 외교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13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중일 평화우호조약 발효 40주년인 작년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관련해 작년 그동안 경계해왔던 입장을 바꿔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은 '일대일로 관민협의회'를 만들어 제3국에서의 인프라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작년 10월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에 맞춰 500여명의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파견한 것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일본의 노력 중 하나다.

일본은 안보 면에서도 협력 강화에 나서 외교 및 국방 당국 고위 관료가 참여하는 양국간 '안보 대화'나 해상자위대 수장의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4일 신년기자회견에서는 한국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 관련해 "'경쟁에서 협조' 등 3가지 원칙을 확인했다. 올해는 중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중국에 공을 들이는 데는 일차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외교 성과로 과시하려는 아베 정권의 '정치적' 계산이 있다.여기에 더해 중국이 여러 방면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 개선이 경제와 안보 모두에서 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의 정점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에 두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단 6월 시 주석을 오사카(大阪)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국빈'으로 초청해 양국의 우호를 국내외에 과시할 계획이었지만, 이런 계획에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라는 변수가 돌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고민하던 일본 정부는 결국 시 주석을 6월 국빈 초청할 계획을 유보하기로 했다. 사전적 표현은 '유보'지만 사실상 '취소' 방침을 정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새 일왕 즉위 후 외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할 계획인데, 연달아 2명의 정상을 국민 초청하는 데 들 비용 등에 부담을 느껴 결국 국빈 초청 대상으로 시 주석 대신 트럼프 대통령을 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에는 '비용' 문제보다는 무역마찰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과 미일 간 새로운 무역협상을 앞둔 시점 에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대일 무역 적자 문제를 거론하며 조만간 개시되는 새 무역 협정 협상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달라는 압박도 받고 있다.한반도 화해 분위기에서 일본이 배제되는 '재팬 패싱'도 일본으로서는 부담이다. 북일 대화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일본은 납치 문제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시 주석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대우를 한다면 미국의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일본 정부가 미중 대립 상황에서 미국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오는 가을 시 주석을 국빈으로 초청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앞서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시 주석이 올해 6월에 이어 가을에도 일본을 국빈 방문해 줄 것을 중국 측에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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