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긴장시킨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막전막후

입력 2019-03-12 23:35
막판까지 긴장시킨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막전막후

베트남 외교부 의전국장, 언론 인터뷰…북미 늑장 통보에 진땀

김정은 국무위원장 "베트남에 다시 와 할롱베이 방문하고 싶다"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베트남이 회담 무대로 낙점되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베트남 정부를 바짝 긴장시킨 한 편의 드라마였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던 마이 프억 중 베트남 외교부 의전국장은 12일 현지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했던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 북한과 미국의 늑장 통보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북미정상회담 드라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9일 트위터로 하노이가 개최도시임을 공개하면서 막을 열었다.

설(2월 5일) 1주일 전쯤 베트남에서 2차 북미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는 말을 들은 베트남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방문한 다낭이 개최도시가 될 것으로 보고 필요한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국내외 유력 언론사도 다낭에 숙소를 예약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갑자기 하노이가 개최도시로 확정되면서 호텔 객실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별한 사람'인 트럼프 대통령과 '미스테리한 인물'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에 대한 언론의 취재 열기도 부담이 됐다.

북측이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공식 통보한 것은 북미정상회담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북한 팜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이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2월 14일 오전 7시 30분이었다.

민 장관이 평양을 떠나기 불과 2시간 전이었다.

그러나 이때도 북한은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후 베트남을 공식방문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 또 김 위원장이 비행기나 기차로 베트남에 갈 것이라고만 밝혔다.

북측은 2월 15일 "선발대가 2월 16일 하노이에 간다"고 통보했고, 다음날 하노이에 도착한 선발대가 "김 위원장이 기차로 랑선성 동당역으로 갈 것"이라며 역 보수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북한과 베트남 실무팀은 2월 17일 동당역을 함께 점검했다. 김 위원장이 도착하기 불과 9일 전이다.



◇ 김정은 위원장 숙소와 회담장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은 2월 16일 북측에 객실 109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을 위한 방이 북측의 요구에 맞지 않아 숙소에서 배제됐다.

북한 선발대가 다음으로 찾은 곳은 멜리아 호텔. 이 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가 김 위원장이 묵기에 적당했지만, 북한 선발대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북측은 2월 18일 멜리아 호텔에 객실 120개를 요구했지만, 남아 있는 객실이 적어 진통을 겪었다.

하노이 시장이 나서서 다른 5성급 호텔들에 "멜리아에 예약한 손님을 받아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그러나 메트로폴 호텔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중 국장은 이때 '북미 정상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날 수도 있겠구나'라고 짐작했다.

2월 22일 레 호아이 쭝 베트남 외교부 차관이 멜리아 호텔 사장에게 직접 전화해 가까스로 90개 객실을 확보하고서야 멜리아 호텔이 김 위원장의 숙소로 확정됐다.

북미는 모두 국립컨벤션센터(NCC)를 회담장으로 원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 건물이 너무 넓어 적합하지 않다고 봤고,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묵는 JW메리어트 호텔과 가까운 곳이라 꺼렸다.

다음으로 미국 대표단은 베트남 정부 영빈관이 회담장이 될 수 있도록 베트남 정부가 북한을 설득해주기를 바랐지만, 북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미 대표단이 함께 점검한 오페라하우스는 회담할 장소가 부족했고, 경호에 대한 우려도 있어 대상에서 빠졌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도착한 2월 26일에서야 "2월 27일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찬이 있을 것"이라고 알려줬고, 미국은 2월 27일 0시에 "2월 28일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중 국장은 "정보를 매우 늦고 급하게 받는 게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압박이었다"면서 "북미 양측이 전체 계획이 아니라 정보를 조금씩 제공했다"고 말했다.



◇ 김정은 위원장의 취향

멜리아 호텔은 김 위원장이 머무는 동안 호텔 이용과 관련한 전권을 북한에 부여해야 했다. 북측의 요청이 없는 한 호텔 직원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은 호텔 20층에 마련한 전용 식당에서 북한에서 가져온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

중 국장은 민 장관과 함께 지난달 12∼14일 방북했을 때 김 위원장의 취향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귀국하는 길에 "김 위원장이 음식과 문화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1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던 싱가포르 등 다른 소식통을 통해 김 위원장이 커피와 와인을 좋아한다는 정보도 수집했다.

김 위원장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이 마련한 환영 만찬이 끝난 후 베트남 음식과 문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특히 만찬에서 선보인 음악 공연을 녹화하도록 하고 베트남 예술인들을 평양에 초청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또 베트남을 다시 방문해 할롱 베이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중 국장은 전했다.

중 국장은 "김 위원장이 많은 경호원에 둘러싸여 있어 개인적으로 접촉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우호적이고 개방적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김 위원장이 지난 2일 동당역에서 귀국길에 오를 때 평화를 염원하며 레드카펫에 장식한 리본을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다낭을 방문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요청을 했으며 특히 경호에 대한 요구가 엄청났다고 중 국장은 전했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