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컸네"…'30년 지기' 김종민·차상현 감독의 봄 배구

입력 2019-03-12 15:09
"많이 컸네"…'30년 지기' 김종민·차상현 감독의 봄 배구

차상현 감독 "김종민 감독, 배구 시작할 때 내 말 잘 듣더니"

김종민 감독 "경험 없는 차 감독, 결과 집착하길"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종민(45) 한국도로공사 감독과 차상현(45) GS칼텍스 감독은 마산에서 초, 중, 고교를 함께 나온 '30년 지기'다.

알고 지낸 30년 이상의 세월은 둘을 '말이 필요 없는 사이'로 만들었다.

속으로는 늘 서로를 응원하는 김종민 감독과 차상현 감독이 이제는 물러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 섰다.

2018-2019 V리그 정규리그 2위 도로공사와 3위 GS칼텍스는 15일부터 3전2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한국배구연맹은 봄 배구 돌입에 앞서 12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를 열었다.

우정의 깊이 만큼이나, 농담의 농도도 짙었다.

김 감독과 차 감독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이날 미디어데이의 백미였다.

공식 행사 전부터 둘은 꼭 붙어 있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날카로운 한 마디를 날렸다.

차상현 감독은 "나는 초등학교 때 배구를 시작했고, 김종민 감독은 중학교 때 배구에 입문했다. 중학교 때는 공을 올려주는 등 내가 김 감독에게 배구를 가르쳤다. '저리로 가라'면 가고, '이리로 오라'고 말하면 오던 시절이 있었는데 김 감독이 참 많이 컸다"고 웃었다.



김종민 감독이 발끈했다. 김 감독은 "차 감독이 중학교 때 나를 조금 도와준 건 맞다. 차 감독은 중학교 때도 지금처럼 인상이 강했다. 어른 같았다"며 "하지만 고교, 대학 때는 차 감독보다는 내가 더 잘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차 감독이 중학교 때 자꾸 일요일 훈련에 빠져서, 애꿎은 우리 동기들이 기합을 받기도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사령탑 이력은 김 감독이 더 화려하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 처음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차 감독을 향해 "큰 경기는 정규리그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차 감독이 우리를 더 의식하고, 결과에 더 집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로 전 차 감독이 "우리가 결과를 의식할 때마다 도로공사에 졌다"고 하자, 김 감독은 이를 떠올리며 차 감독을 놀렸다.

본 행사에서 차 감독의 말이 길어지자, 김 감독은 "사설이 왜 이렇게 길어"라며 처음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나선 차 감독을 타박하기도 했다. 차 감독은 "그럼 김 감독이 먼저 하시라"라고 웃으며 맞섰다.

다른 꿈을 꾸는 두 사령탑도 한 가지 질문에는 같은 답을 했다. 둘은 "플레이오프가 정말 재밌을 것이다. 팬들에게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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