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상 강탈 혐의 美시카고 경찰, 기소 17년만에 유죄 평결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공권력 오남용 오명을 쓰고 있는 미국 시카고 경찰의 과거 부패상이 재조명 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1990년대 시카고 경찰청에서 마약 수사를 전담한 에디 힉스(70)가 마약상들을 강탈한 혐의로 기소된 지 17년여 만에 뒤늦게 법정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힉스는 2001년 기소됐으나 2003년 재판을 앞두고 도주했다가 14년 만인 2017년 연방 수사 당국에 체포됐다.
이날 시카고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힉스에게 적용된 강탈·뇌물수수·협박·마약 범죄 공모·정부 기금 절도·불법 총기 사용 등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1970년부터 2001년까지 시카고 경찰청에 근무한 힉스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마약 범죄 전문 수사관으로 일하면서 마약상들로부터 뇌물을 받거나 부하 직원들과 함께 마약·불법 무기 등을 빼앗은 뒤 되팔아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연방 검찰은 "힉스 일당은 한 마약상으로부터 압수한 마리화나를 10만 달러(약 1억1천 달러)에 되팔기도 했다"면서 "위조된 경찰 배지, 경찰 마크를 새기지 않은 언더커버 순찰차, 유효하지 않은 자동차 번호판 등을 범죄에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불심 검문을 하면서 연방마약단속국(DEA) 태스크포스(TF)팀 요원 행세를 했고, 위조된 수색영장을 가지고 마약상들의 거주지 또는 호텔방을 습격했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녹음을 통해 힉스 일당의 불법적 행각을 적발했다"며 "이들은 시카고 남부의 한 경찰서를 '체육관'(Gym)으로 부르며 그 곳에서 수익을 배분했다"고 전했다.
이어 "힉스는 마약상들을 약탈 상대로 삼으면 완전 범죄가 성립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목격자 모두가 범죄자이기 때문에 섣불리 신고하기 어려운데다 선량한 경찰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을 거라 믿었다"고 강조했다.
2001년 기소된 힉스는 2003년 재판 시작 하루 전날, 은행에서 수천달러를 출금해 자취를 감췄다.
연방 수사 당국은 텍사스 주에서부터 브라질까지 추적한 끝에 2017년 9월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데이비드 로즈라는 가명으로 살고 있는 힉스를 찾아냈다.
체포 후 시카고로 이송된 힉스는 보석금 책정 없이 수감돼 재판을 기다려왔다.
법원은 선고 공판 날짜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시카고 트리뷴은 힉스의 나이를 감안할 때, 여생을 교도소에서 보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힉스의 혐의에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대부분 공모자 증언에 의존해 있는데, 이들은 본인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힉스의 잘못을 부풀려 이야기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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