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잇단 운항 정지에 보험금 청구·소송 등 위기 직면
'보잉737 맥스8' 기종 안전성 우려 증폭
사고 원인이 항공기 관련 결함으로 밝혀지면 소송 가능성 커져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사고 기종인 '보잉737 맥스8'에 대한 운항 정지 조치가 확산하는 가운데 제조업체 보잉이 사고 책임과 소송 가능성 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항공기 결함이 발견되면 피해자 유족들로부터 소송도 제기될 수 있어 여파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 미 CNBC 방송 등은 미국 항공기 제조회사 보잉이 신형 항공기 '보잉737 맥스8' 기종의 연이은 추락사고로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위기에 봉착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기종의 최대 구매자인 사우스웨스트항공에는 승객들의 안전 관련 문의가 빗발쳤다.
여행을 앞두고 불안함에 빠진 승객들은 여객기 안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비행을 변경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유나이티드항공 등 20개 항공사의 승무원 5만명 이상이 속한 항공승무원연합(CWA)도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정식으로 이 기종 모델의 조사를 요구했다.
각 항공사와 규제 당국도 안전성 우려가 증폭되자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나섰다.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당국이 나서 자국 항공사들에 '보잉737 맥스8'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고 당사자인 에티오피아항공도 다른 노선에 투입된 이 기종의 모든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중남미 케이맨 제도 소속 케이맨 항공도 자사가 보유한 해당 기종 2대의 운항을 중단했으며 브라질 항공사 골(Gol)도 이 기종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4개월여 만에 같은 기종에서 재발한 사고로 이 기종의 결함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으나 보잉과 미국 항공 당국은 아직 사고 원인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성명을 통해 '보잉737 맥스8' 기종이 여전히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airworthy) 기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잉도 이날 성명을 내고 "안전은 우리의 최우선순위"라며 "아직 조사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새로운 지침을 제시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보잉은 몇 주일에 걸쳐 사고 기종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보잉의 주가는 5.3% 급락했다.
보잉은 '보잉737 맥스8' 기종을 현재까지 370대 이상 출하했으며 올해 1월 '맥스9 베리에이션', '맥스7', '맥스10'을 포함한 맥스 기종을 5천 대 이상 주문받은 상태다.
이 항공기들은 보잉의 향후 출하량의 3분의 2가량으로 추정되며 보잉의 연수익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15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추락사고에 보잉의 보험회사도 곤경에 처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추락해 파손된 비행기 자체에 대한 보험금만 해도 5천만 달러(564억4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에티오피아항공 추락사고 피해 가족들에게는 에티오피아항공의 보험사가 일차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한 뒤 추후 항공기 결함이 증명되면 보잉의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돌려받을 계획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어윈 미첼 로펌의 클라이브 가너 대표는 만약 유족들이 법적으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보험금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너 대표는 "만약 비행기나 그 부품에서 결함이 발견되면 유족들은 항공사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에티오피아항공 추락사고에서 유족 측 변호인을 맡은 저스틴 그린은 피해자 유족이 미국에서 보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미국법의 사고피해자에 대한 보상 기준을 적용받는다고 밝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행 에티오피아항공 '보잉737 맥스8' 여객기가 이륙 6분 만에 추락해 탑승객 157명이 모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10월 29일 추락해 탑승자 189명 전원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여객기도 같은 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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