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돌대가리냐" 폭언…인천 교사 70% 인권침해 경험

입력 2019-03-11 16:04
학교서 "돌대가리냐" 폭언…인천 교사 70% 인권침해 경험

학교 관리자가 가해…응답자 86% "적절한 조치 없어"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인천지역 교사 10명 중 7명이 학교 관리자에게 인권침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에 따르면 노조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응답자 423명 중 321명(76.8%)이 학교 관리자의 언행으로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느꼈거나 이 같은 사례를 목격했다고 응답했다.

업무 과정에서 부당한 처우를 당했거나 비슷한 사례를 목격했다는 응답자도 283명(69.4%)에 달했다.

일부 교사가 조사에서 털어놓은 인권침해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 교사는 모든 교사 앞에서 "돌대가리냐"라는 인격 모독성 발언을 들었으며 다른 교사는 "방학 때 여선생님들은 수술해서 예뻐져서 와야 한다"는 발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모성 보호 시간을 쓰려는 교사에게 "우리 때는 그런 거 없었는데 어디서 신규가 일찍 가느냐"며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회식 때 여교사에게 술 따르기를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교사들이 인권침해를 당하더라도 적절한 사후 조치가 이뤄진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 중 348명(86.8%)는 관리자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했을 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대응해도 소용이 없다'는 이유가 244명(63.2%·중복응답 허용)으로 가장 많았고 '신고 후 관리자들의 보복 때문'이라는 답변이 57%에 달했다.

시교육청이 운영하는 갑질보호센터와 교원돋움터가 인권침해를 해결하거나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거나 모른다는 부정적인 답변도 195명(85.1%)이나 됐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따라 학교 구성원의 인권침해 실태 조사와 관리자 갑질 방지 규정 제정을 인천시교육청에 요구했다.

전교조 인천지부 관계자는 "학교 현장의 교사들은 관리자에 의한 인권침해에 무력하게 노출된 상황"이라며 "시교육청은 학교를 민주적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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