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합의! 트럼프, 미중 무역합의에서도 동맹 따돌릴 기세"
WSJ 소식통 인용…"마크롱에 '이익 볼 생각 말라' 경고"
미중 양자합의로 '미국에만 불공정행위 근절되나' 동맹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일방주의 대외정책으로 일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동맹들을 따돌리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백악관에 방문해 중국의 무역정책, 기업들의 관행에 맞서 미국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제의했다.
중국의 불공정 관행을 비판하며 전쟁에 나서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군이 될 수 있다고 공동전선을 제의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이 미중 무역합의의 이익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그런 제의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양자협상을 하겠으나 대화 내용에 대해선 마크롱 대통령에게 지속해서 알리겠다고 말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WSJ는 미중 무역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 거리 두기'는 여전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상을 "내 합의(my deal)"라고 칭하며 유럽 동맹국들과 무역 합의 초안 내용을 공유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간 접근 방식을 지지하던 전임자들과 달리 교역국과 일대일로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을 추진해왔다.
이는 양자 협상이 상대국에 압박을 가해 미국에 더 유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신념에 따른 전략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하원 세입위원회에 출석해 다자외교 방식은 중국과 협상하는 데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다자외교 방식을 고집하던 지난 20년간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보는 무역적자가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유럽 관리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서만 협상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며 "행정부 나머지 사람으로부터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를 두고도 주변국에서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 중국과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탈취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긍정적인 결과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 따라 중국이 미국에만 이러한 합의 내용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WTO 체제 내에서는 모든 최혜국에 똑같이 낮은 관세율을 제공하지 않고 특정국에만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한 유럽 관리는 "구조적 변화에 관해선 우리는 이를 지지하지만, 중국이 해당 혜택을 미국에만 주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인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볼 때 좋은 해결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크레이그 앨런 미중 기업협의회 회장은 "우리는 우리 동맹과 협력해야 한다"며 "만약 우리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어떤 협상이든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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