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 꺾인 IT株…외국인 '팔자'에 실적 전망도 먹구름

입력 2019-03-11 09:39
상승세 꺾인 IT株…외국인 '팔자'에 실적 전망도 먹구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정보기술(IT)·반도체 대형주의 반등세가 최근 한풀 꺾인 모습이다.

연초 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이 최근 '팔자'로 돌아선 데다 주요 IT 종목의 연간 실적 전망치에 대한 하향조정도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은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 지수는 1월 한 달간 17.31% 상승했으나 2월에는 1.60% 하락했고 3월 들어서는 지난 8일까지 3.07% 내렸다.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1월에는 19.25% 올랐다가 2월 이후 5% 넘게 내렸다. SK하이닉스[000660]도 1월에 22.15% 올랐다가 2월 이후 9.74% 하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연초 랠리의 주요 동력인 외국인 매수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2월까지 두 달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누적 순매수 규모가 2조8천955억원에 달했다.

그다음으로 SK하이닉스를 많이 담아 8천744억원 순매수했고 삼성SDI[006400](3천75억원), LG디스플레이[034220](1천710억원) 등 순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3월 들어서 반대로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내다 팔아 1천53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1천100억원)와 삼성전기[009150](834억원)도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 5위 안에 들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초 외국인 수급 개선에 기반한 시총 상위 IT 대형주의 반등세가 일단락됐다고 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국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국내에서도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났는데, 앞으로는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 요인이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동원 KB증권 이사는 "연초 IT주 상승은 패시브 자금을 위주로 한 외국인 수급 때문으로 작년 4분기 급락분을 되돌리는 정상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하지만 3월로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이) 1분기를 포함한 올해 실적 방향성에 주목하는 듯하다"고 말했다.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1월 IT 대형주의 랠리는 미중 협상 기대감과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신호로 신흥국 쪽에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지 펀더멘털과는 상관이 없었다"며 "이제는 이런 호재가 주가에 이미 반영돼 펀더멘털 쪽으로 관심이 옮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주요 IT 대형주의 실적 전망치가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SDI, LG전자[066570],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LG이노텍[011070] 등 IT 대형주 7개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지난 8일 현재 11조7천7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20조2천88억원)보다 41.7% 줄고 1개월 전 전망치(12조711억원보다)보다 2.5% 감소한 수준이다.

연간 실적 전망치도 3개월 전 85조1천528억원에서 52조2천846억원으로 38.6% 하향조정됐다.

종목별로 보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새 50.2% 줄었고 삼성전자도 36.6%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IT 대형주의 실적 전망치 하향조정 추세가 멈추고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될 때까지는 당분간 주가 흐름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고 휴대전화 시장도 약한 데다 LCD는 공급 과잉이어서 대형 IT 종목 대부분 감익이 예상된다"며 "실적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반도체 재고가 소진된 뒤 하반기에 가까워져야 주가가 의미 있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이사도 "주요 IT 종목의 실적 전망치 하향조정이 마무리돼야 주가 하락세도 멈출 것으로 본다"며 "향후 주가 흐름은 분기 실적 저점이 어디냐에 달려 있는데 반도체 업황 측면에서 2분기까지 감익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그때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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