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용서 못 하지만 차분하게 대응" 성숙한 시민의식 다짐

입력 2019-03-10 14:58
"전두환 용서 못 하지만 차분하게 대응" 성숙한 시민의식 다짐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 명예훼손 피고인으로 11일 광주지법에 출석할 예정인 가운데 광주 시민사회는 성숙한 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전두환 회고록 관련 피해자의 법률대리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정호 광주전남지부장은 10일 "역사와 국민 앞에 반성과 사죄는 커녕 회피와 꼼수로 일관하고 있는 전두환의 태도에 분노가 느껴진다"며 "그래도 광주시민들은 분노를 삭이고 전두환이 사법 시스템에 의해 단죄되도록 하는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폭력사태 등 불상사가 발생하면 전두환은 피해자 코스프레, 순교자의 모습을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핑계로 광주법원에서 재판받기 어렵다는 핑곗거리로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이 재판을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광주의 과격성, 폭력성만 부각되는 역효과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5월 단체를 중심으로 11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5·18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역시 8일 대책회의를 통해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과격한 대응을 자제하자는 방침을 세우고 이러한 내용을 각 단체 회원들에게 전달했다.

광주운동본부 원순석 대표는 "만약 재판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면 다시 한번 광주시민들은 매도당할 것"이라며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우는 것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목적은 오로지 전두환이 법적인 절차를 통해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재판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18 부상자회 김후식 회장 역시 "광주시민 앞에 반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폭력적인 대응보다 재판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질서 정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월 어머니회 회원들도 "전두환이 눈앞에 나타나면 뛰쳐나가 쥐어뜯고 싶겠지만 이런 행동은 전 씨나 극우세력들에게 빌미를 주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전두환을 용서할 순 없지만 다른 5월 단체들과 마찬가지로 차분하게 피켓 시위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월 단체들은 전 씨의 이동 경로로 예상되는 법원 사거리에서 법원 정문까지 전 씨를 조롱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인간 띠 잇기'를 벌일 예정이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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