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형무소 8호 감방에는 그들이 있었다
'1919 유관순: 그녀들의 조국'…'항거' 이은 유관순 소재 영화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유관순을 다룬 또 다른 영화가 관객을 찾는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1919 유관순: 그녀들의 조국'은 유관순과 다른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현재 상영 중인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 이은 유관순 소재 영화다.
충남 병천 아우내 만세운동을 주도하다 서대문 형무소에 갇힌 유관순과 함께 옥고를 치른 8호 감방의 다른 여성 독립운동가들 삶의 궤적을 재조명한다.
유관순과 개성 3·3 만세운동을 주동한 권애라와 심명철, 신관빈, 8호실 방장이자 일제의 모욕과 고문 앞에서도 꼿꼿했던 어윤희, 수원 3·29 만세운동을 주동한 기생 김향화, 파주 만세운동 주동자이자 옥중에서 출산한 임명애, 독립선언서를 인쇄한 세브란스 병원 간호사 노순경, 1920년 함북 명천 만세운동 주동자 동풍신, 종로 만세 사건 주동자이자 루씨여학교 교사였던 이신애 등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들은 학생, 기생, 시각장애인, 과부, 임산부, 백정의 딸이다. 평범한 민초였던 이들이 독립운동에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뜨거운 울림을 준다. 감방에서 자신의 음식을 덜어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나눠주고 기저귀를 체온으로 말려주는 이들의 끈끈한 연대는 단순한 감동 그 이상이다.
대나무 바늘로 손톱 밑을 찌르거나 뜨거운 물을 붓는 일제의 잔혹한 고문도 비교적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내레이션을 통해 실제 고문은 더 잔인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삶과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해줄 사람들의 인터뷰를 중간중간 넣어 사실성을 확보했다.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하희라는 "국민들이 이 영화를 보고 그 시절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유관순 열사와 또 다른 독립운동가들이 1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시대에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그 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서대문 형무소 감방 안의 처참한 모습을 재연해냈다면 '1919 유관순'은 그보다는 다큐멘터리 영화답게 정보 전달에 더 주력한다. '항거'에서는 유관순이 자신이 주도한 만세운동 때문에 갈등하는 모습도 보여주지만 '1919 유관순'에서는 생략됐다. 다만 우리가 잘 몰랐던 8호 감방 수감자와 이들의 강한 연대의식은 두 영화 모두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3·1절인 지난 1일부터 5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0일 오전 100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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