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자부심' 전영오픈, 평일 오전에도 북적북적
미디어가이드에 '올림픽 금메달보다 값진 전영오픈 트로피'
(버밍엄=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영국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 단체 랭킹 11위(잉글랜드)인 나라다.
1∼3위는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순이다. 4위인 덴마크를 제외하면, 단체 랭킹 10위 안에 드는 나라는 한국(7위)을 포함해 모두 아시아 국가다.
아시아가 배드민턴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이 가진 배드민턴 종주국의 자부심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국은 매년 3월 전영오픈(All England Open) 배드민턴 선수권대회에서 그 자부심을 표현한다.
2019 전영오픈은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버밍엄의 아레나 버밍엄에서 개막했다.
올해 109회째를 맞은 전영오픈은 중국오픈, 인도네시아오픈과 더불어 1년에 세 번뿐인 BWF 월드 투어 슈퍼 1000 대회로, 총상금 100만 달러(약 11억3천700만원)를 내건 최상급 배드민턴 이벤트다.
전영오픈 미디어가이드에는 "1899년 시작한 전영오픈은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지닌 세계 최고의 배드민턴 무대"라고 적혀 있다.
또 "전영오픈 상금과 트로피는 올림픽 금메달보다 더 값지다"라는 문구도 있다.
전영오픈은 경기장 안 복도에 1700년대, 1800년대 초창기 나무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 등을 전시해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전시품 위에는 "배드민턴이라는 이름은 영국 잉글랜드 서부 글로스터셔에 있는 '배드민턴 하우스'에서 나왔다. 배드민턴 하우스는 1860년대 최초의 근대적 배드민턴 경기가 열린 곳"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있다.
경기장 내부는 깜깜하다. 오직 코트 위에만 조명을 비춘다. 관중은 마치 공연을 보는 것처럼 배드민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관중석에서도 영국의 배드민턴 자부심이 드러난다.
32강전, 16강전, 8강전 경기는 평일인 6∼8일 열렸다. 공휴일이 아닌 평범한 평일인데도 오전 경기에 많은 관중이 들어찼다. 빗방울이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팬들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긴 줄을 섰다.
배드민턴 시니어 클럽 친구들과 함께 2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전영오픈 관람을 왔다는 샌디 랜데그 씨는 "영국은 배드민턴 인기가 높은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은퇴한 사람들이라 시간이 많다. 그런데 평일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나 학교를 쉬고 온 사람들이다. 학교 수업을 빠지고 경기장에 견학 온 어린 학생들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영오픈은 올해 대회에 약 3만5천 명의 관중 수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2018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선수권 총관중 수 1만5천251명의 2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앞서 열린 스페인 마스터스, 독일오픈을 둘러보고 전영오픈에 온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전영오픈은 다른 대회와 비교해 무대가 크고 화려하다. 관중 수도 훨씬 많다. 주말에 열리는 4강전과 결승전에는 빈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전영오픈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여자단식 국가대표 성지현은 "전영오픈은 역사가 깊은 대회다. 국가대표를 하면서 전영오픈에서 금메달을 따보자는 꿈이 있다. 저에게는 또 하나의 꿈의 무대"라고 말했다.
혼합복식 국가대표 채유정도 "모든 대회가 중요하지만, 그래도 선수라면 전영오픈에 욕심을 낼 것이다. 간절하게 하다 보면 기회는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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