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철폐" 유럽 곳곳서 세계 여성의 날 이벤트 풍성
스페인, 마드리드 시장까지 참여해 파업과 집회 잇따라
프란치스코 교황 "평화는 여성으로부터 탄생하고 발전"
공휴일 지정한 러시아, 상점들 북새통…푸틴 "우리는 항상 여성들에게 빚져"
(유럽종합=연합뉴스) 유철종 김병수 현윤경 이광빈 김용래 특파원 =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유럽 전역에서는 여성들의 권익·지위 향상과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집회와 각종 행사가 이어졌다.
스페인에서는 대규모 집회와 2시간의 부분 파업이 전국에서 벌어졌다.
스페인 최대 노조 UGT에 따르면, 이날 부분 파업에 동참한 근로자 수는 전국 600만명으로, 이들은 남녀의 동등한 임금과 차별폐지를 요구하며 곳곳에서 부분 파업을 벌였다.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여성 시장인 마누엘라 카르메나까지 집회에 참여했다.
앞서 마드리드 구도심에서는 이날 새벽부터 수백명의 여성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프라이팬과 냄비를 두들기며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사회노동당 내각을 이끄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트위터에서 "오직 페미니즘과 함께해야만 우리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종식하고 진정한 평등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성 평등과 여성 인권에 헌신한 인물에게 시상하는 '시몬 베이' 상의 첫 수상자로 카메룬의 여권운동가 아이사 두마라를 선정하고 시상했다.
두마라는 아프리카의 강제 결혼 관행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시몬 베이 상은 작년 타계한 프랑스의 여성 정치가 시몬 베이를 기려 프랑스 정부가 제정한 상으로, 베이는 1974년 프랑스 보건장관 재직시 낙태 합법화를 주도하고 1979년 유럽의회 초대 선출직 의장을 지냈다. 작년에 베이가 타계하자 프랑스 정부는 그를 국가 위인묘역인 팡테옹에 안장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시상식에서 "프랑스가 G7(서방 주요 7개국 정상회담)의 의장국을 맡은 올해는 특히 여성권익 향상에 있어 의미 있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면서 전 세계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에 맞서는 기금에 프랑스가 1억2천만 유로(1천500억원 상당)의 기금을 대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여성 차별이 전 세계에서도 가장 심한 나라에 속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조직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사우디 측에 수감된 여성 운동가들의 석방과 여성 인권 보호를 요구했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도 이날 오전부터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집회와 행진이 곳곳에서 열렸다.
베를린시는 독일의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올해부터 '세계 여성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한 탓인지 예년보다 여성의 날 집회와 행진에 참여하는 여성들이 부쩍 늘었다.
한국 여성 교민들과 유학생들도 '침묵을 깨라, 시스템을 깨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내 행진에 참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평화를 구축하는 데 있어 여성의 기여는 대체 불가능한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교황은 이날 교황청에서 미국유대인위원회(AJC)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성들은 세계를 아름답게 만들고, 보호하며 살아있도록 한다"며 "그들은 회복의 품위, 포용의 미덕, 스스로를 내어주는 용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평화는 여성들로부터 탄생하고 발전하며 어머니의 다정함으로 활성화된다"며 "우리가 미래를 중시하고 미래의 평화를 꿈꾼다면 여성에게 공간을 내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공휴일로 정해 성대하게 기념하는 러시아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러시아에서 남성들은 매년 세계 여성의 날에 아내, 여자 친구, 여직원 등 모든 친분이 있는 여성들에게 꽃과 화장품 등의 다양한 선물을 하는 것이 관례다.
수도 모스크바에선 전날부터 시내의 꽃가게와 쇼핑몰에 선물을 사러 나온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고, 시내 도로 곳곳에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에서 "당신들은(여성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성공한 동시에 아름다움과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항상 당신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위대한 러시아 여성의 창조적 공헌이 없는 우리의 역사와 발전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성명을 내고 "평등은 EU의 핵심가치이자 달성을 위해 계속 싸워온 원칙이며, 남녀평등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U는 "유럽은 전 세계에서 여성에게 가장 안전하고 평등한 곳이고 여성 취업률도 역사적으로 가장 높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이 불평등은 물론 학대와 희롱, 저임금, 일자리 부족 등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EU는 온·오프 라인에서의 여성 혐오 발언에 대해 "불평등한 대우와 신체적 폭력의 첫걸음일 수 있다"면서 회원국들에 여성 혐오 발언과 모든 형태의 폭력·차별에 대한 무관용을 촉구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경제협력개발기구도(OECD)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에서 성차별이 가져오는 경제적 마이너스 효과 추산액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총액의 7.5%인 6조 달러(6천822조원 상당)에 이른다는 추계결과를 내놨다.
'유리 천장'을 비롯해 기업과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진입장벽과 차별이 여성의 능력이 발현되고 수용되는 경로를 막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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