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고교 교사에 '학생 인격권 무시' 벌금 150만원 선고
청주지법 "존중·배려 생략된 체벌은 폭력행위"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학생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홧김에 체벌을 가한 고교 교사에게 법원이 '학생 인격권을 무시했다'는 취지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하던 A(33)교사는 지난해 4월 16일 오후 4시 10분께 교무실 앞 복도를 지나던 중 실내에서 운동화를 신고 있는 B군을 발견했다.
B군은 이 학교로 실습 온 다른 고교 학생이었다.
A 교사는 "왜 운동화를 신고 다녀 복도를 더럽히냐"고 B군을 나무랐다.
그러자 B군은 "저 이 학교 학생 아니다"라고 답했다.
A교사는 학생이 대든다며 주먹으로 B군의 머리를 2대 때렸다.
이에 B군은 "아이 씨"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
이런 태도에 A교사는 B군을 교무실로 데려간 뒤 다시 주먹으로 머리를 때렸다.
드럼 스틱으로 엉덩이를 때리기도 했다.
이 일이 문제 돼 A교사는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고승일 부장판사는 9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A교사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고 부장판사는 "올바른 훈육은 학생의 성숙성 정도와 인격권 등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 사건의 경우 발생 학교의 교칙이 생소한 피해자에게 이를 안내하고, 실내화를 구비했는지 확인한 후 없다면 이를 배려하는 수단을 취하는 게 일반적인 훈육 방법이다"고 지적했다.
또 "이 학교 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때린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는 성숙한 인격체로 나아가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존중이나 충분한 배려와 훈육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체벌로 나아간 폭력행위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의 사소한 잘못에 대해 관용과 인내의 태도를 먼저 보이기보다 폭력행위를 앞세운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부적절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이해와 반성이 미흡해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jeon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