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협력업체 많은 경남·부산 경제까지 타격
동종업계 인수 '구조조정' 동반해 가장 나쁜 케이스 꼽혀
거제, 울산과 달리 대기업 없어 경제지표 악화 우려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지역사회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언젠가는 민영화하리라는 예상을 해 왔다.
그러나 구조조정 우려가 있는 동종업계면서 노조 등 당사자 참여가 배제된 상태에서 지난 1월 말 매각 방침 발표 후 3월 8일 본계약까지 일사천리로 매각계획이 진행되는 것에 극력 반대하는 입장이다.
노조와 지역사회는 조선업계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것을 가장 나쁜 케이스로 꼽아왔다.
동종업계가 인수하면 구조조정을 동반해 올해 들어 수주 확대로 불황터널에서 벗어나려는 지역경제를 다시 침체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우조선 민영화' 본계약 체결…"고용·거래선 보장" / 연합뉴스 (Yonhapnews)
거제시는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시와 함께 국내 대표적인 조선 도시다.
그러나 국내 최대 중화학 공업지역으로 현대자동차, 에쓰오일, GS칼텍스 등 조선업 외 다른 대기업들이 즐비한 울산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거제시에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빼면 대기업은 없다시피 하다.
2개 조선소가 지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거제시에 따르면 2개 조선소가 시 전체 고용인원(고용보험 기준)의 62%, 수출액의 95%, 지역내총생산(GRDP)의 68.8%를 차지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에 이어 세계 조선업계 2∼3위를 다툴 정도로 규모가 비슷한 점을 고려하면 대우조선해양 1개 회사가 시 전체 고용인원의 30%, 수출액의 40∼50%, 지역 내 총생산의 30% 중반을 차지한다고 봐도 된다.
해양플랜트 등으로 조선업 인력이 가장 비대했을 때인 2014∼2015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는 직영 1만6천여명, 협력사 3만4천여명 등 5만명이 일했다.
지금은 직영 인력 9천700여명, 협력사 직원은 1만7천명으로 줄었다.
최근 수년간 조선업 침체 탓인 강제 구조조정과 물량감소에 따른 자연 감소분을 포함해 인력이 30% 넘게 감소했다.
그 과정에서 거제시는 인구유출, 실업률 폭증, 주택경기 침체 등 경제지표가 극도로 악화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2018년 하반기 시군별 주요고용지표 집계'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거제시 실업률은 7.1%까지 치솟았다.
통계청이 비교 가능한 통계를 작성한 2013년 이후 가장 높았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컨테이너선, 초대형원유운반선, LNG운반선 등 상선뿐 아니라 군함, 해양플랜트 등 거의 모든 사업 분야가 겹친다.
엔진, 추진기 등 조선 핵심 기자재를 자회사 등을 통해 자체생산하는 현대중공업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은 거제, 창원, 김해, 부산 녹산 등 경남·부산 등지의 협력업체에서 조달한다.
이번 매각 영향이 거제에 국한하지 않고 부산·경남권에 광범위하게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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