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가석방자 선거권 박탈은 불합리" 유엔 진정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제기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1년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수형자·가석방자의 선거권을 박탈하는 공직선거법이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심판을 받는다.
8일 천주교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병역법 위반)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2016년 4월 총선에서 선거권을 뺏긴 김 모 씨 등 4명은 한국정부가 보통 선거권을 보장하는 유엔 자유권규약 제25조를 위반했다며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개인진정(Individual Complaint)을 제기했다.
자유권규약 제25조는 어떤 차별이나 불합리한 제한 없이 선거에 참여할 권리를 선언한다. 이 규약의 해석 원칙인 일반논평 제25호는 선거권 박탈의 근거는 객관적·합리적이어야 하고, 범죄에 대한 유죄 판결이 선거권을 정지시키는 근거가 될 경우 정지 기간은 범죄와 형량에 비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집행유예자와 수형자가 모두 선거권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2014년 1월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사람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이들은 곧바로 선거권을 되찾았다.
그런데 국회는 이듬해 8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된 수형자와 가석방자의 선거권은 여전히 박탈했다.
김씨 등은 진정 요지에서 "범죄의 내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형 1년'이라는 기준은 사법과 행정의 편의만 고려한 것으로 합리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례성 원칙도 충족하지 못한다"며 "1년 이상 수형자의 선거권 박탈이 수형자의 재사회화와 사회 복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선거권 박탈은 범죄 예방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합리적이지 않다"며 "선거권 박탈이 범죄 억지력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막연한 기대감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018 법무연감'을 인용하며 2017년 현재 선거권이 보장되는 실형 1년 미만 수형자는 6천82명으로, 전체 수형자 3만6천167명의 16.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수형자 선거권 박탈은 이른바 범죄자를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낡은 시대의 유물일 뿐"이라며 "이번 개인진정이 병역거부자뿐만 아니라 모든 수형자가 선거권을 보장받는 계기가 되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인진정은 천주교 인권위 '유현석 공익 소송기금'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천주교 인권위는 신앙인이자 인권변호사였던 고(故) 유현석 변호사 유족의 뜻에 따라 마련된 기금으로 공익소송 사건을 선정,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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