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론가' 김연철 통일장관 낙점…경협전략 모색 본격화하나(종합)

입력 2019-03-08 17:20
'현장이론가' 김연철 통일장관 낙점…경협전략 모색 본격화하나(종합)

학자 시절 평화-경제 선순환 강조…개성공단·금강산 재개 질문에 "노력해야"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며 한반도 정세가 중요한 고비를 맞는 가운데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이 8일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문재인 정부 첫 통일부 장관인 조명균 장관은 앞서 남북관계가 긴 동면을 마치고 조심스럽게 첫발을 떼는 과정을 지휘했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서 안정적인 '상황관리'에 비교적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학자 출신으로 '현장 이론가'에 가까운 김 후보자에게는 남북관계 수장으로서 보다 창의적인 구상과 전략을 통해 현재의 국면을 돌파해 나갈 역할이 맡겨졌다고 볼 수 있다.

주목되는 점은 김 후보자가 특히 남북경협과 관련해 많은 이론·실무 경험을 쌓았고, 최근에도 남북관계에서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강조해왔다는 점이다.

김 후보자는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을 지내며 대북 사업을 기획했고, 참여정부 시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2004∼2006년)을 맡을 때는 개성공단 문을 열기 위한 대미 협상에도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펴낸 저서 '70년의 대화'에서는 "제재와 억지의 악순환이 아니라, 평화와 경제가 선순환하는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며 "북방경제론으로 한국 경제의 2막을 열어야 할 시점"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장 취임 후 지난해 5월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는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의 과정이 시작되면 경제협력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조금 더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인선에는 그동안 '탐색' 수준에 머물렀던 남북경협 추진 전략을 향후 본격적으로 다듬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최근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직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방안을 준비해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김 후보자가 통일부 수장에 오르면 현 제재상황 아래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모색하는 것이 '1순위' 정책과제가 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김 후보자는 장관 지명 발표 뒤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단계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노력해야겠죠"라며 의지를 내비쳤다.

문제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예상과 달리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진전된 합의를 하지 못한 탓에 한국 정부의 정책 공간이 그다지 넓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2016년 이후 유엔의 '민수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기존 제재 체제가 온존하는 상황에서 남북경협 추진에 여전히 제약이 많다.

김 후보자는 이번 하노이 회담에 앞서 신문 칼럼 등을 통해 제재 완화를 비핵화 협상에서 주고받을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터다. 저서 '70년의 대화'에서는 "제재만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는 인식도 밝혔다.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올해 1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성공단은 제재 상황에서의 우회적인 재개 방안이 아니라, 조속한 제재 완화를 통해 정상적인 재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요구한 제재완화 수준에 대해 그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제재완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고 "제가 전문가 때 얘기했던 부분들은 공직 후보로서 검토해야 할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조명균 장관의 전임자인 홍용표 전 장관 이후 또다시 학자 출신이 통일부를 이끌게 된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이미 2년 가까이 통일부에서 공직생활을 해봤고 통일연구원장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연구업적으로 뒷받침하기도 했던 만큼 무리 없이 현 정부의 정책과 조직에 녹아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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